
겨울왕국의 내용을 조금 다른 방향에서 다시 이야기한 소설. 아렌델 왕국의 왕과 왕비의 고민과 엘사의 고독이 잘 묘사된 한편, 어린 시절 그 사고 이후 기억을 지우고, 다른 곳에서 빵집 외동딸로 살고 있던 안나의 활기찬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말하자면 AU까지는 아니고, 시작부분을 조금 다르게 해서 같은 결론을 이끌어낸 소설. 기본적으로 괜찮은 시도라고 생각한 것이, 매체에 따라서 담을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달라지는 일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맨스판타지는 그대로 웹툰으로 옮길 수 있는데, 로맨스 자체에만 방점을 찍은 작품의 경우 소설로는 읽기가 좋아도 웹툰으로 있는 그대로 옮기면 내용이 심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감정 묘사를 줄글로는 읽을 수 있어도, 사람의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 웹툰이나 영상물에서는 그 감정묘사만으로는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에피소드를 추가하거나, 연출을 복잡하게 짜는 과정이 필요하다. 밀도의 문제인데,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소설로 옮기는 것과 달리 출생의 비밀, 잃어버린 여동생에 대한 새로운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치하면서 안나와 엘사의 감정을 챕터별로 따로 설명한 것이 좋았다. 자매는 마지막에야 만나고, 그때까지는 서로 얼굴조차 대면하지 못한 상태니까. 이 버전대로 애니메이션이 나왔으면 어떨까 하고 상상해 보기도 했는데, 그랬으면 또 비밀이 너무 많아져서 중반부와 후반부의 폭발력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매체에 따라서 이야기를 IF 형태로 변용하는 사례로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