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샀던 작가특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곽재식님과 도대체님의 책에 이어 읽었다. 곽재식 님은 소설, 도대체 님은 만화, 백두리 님은 일러스트, 생각해보니 한 분야에 치중하지 않게 작가특보 시리즈를 만든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앞의 두 권이 작가로서는 웃픈 공감과 함께 읽고, 독자로서는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면, 이 책은 조금 더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구체적이고 차분히 들어간 책이다. 상업작은 자신의 팬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다가가는 작품이라는 것, 순수창작과 의뢰받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훈련법부터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도움이 되는 그림일기 쓰기라든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직업인으로서 작가가 수정이나 마감에 대해 가져야 하는 태도 같은 것들. (하긴, 나도 피드백 파일은 심호흡을 다섯번쯤 하고서 열어보긴 한다) 일상과 작업을 분리하기 위한 노력들. 작품과 나의 동일시. 그런 것들에 대해 작가님의 경험을 무척 침착하게 적어놓은 글들은, 마감때문에, 혹은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믿지 못해서 패닉에 빠지는 사람에게 무척 도움이 된다.
맨 뒤에 따로 파란 글씨로 인쇄된, “그림작가의 별것 아닌 팁”이 특히 좋다. 직업인으로서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필요한 이 팁은, 사실은 만화를 할 때에도, 혹은 소설을 쓸 때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이 작가특보 시리즈 중 한 권, 혹은 세 출판사의 콜라보 기획 중의 한 권이 아니라, 창작을 업으로 삼을 생각이 있거나, 혹은 그 길에 이미 들어서버린(……!) 분들에게 얇고 확실하게 도움되는 책으로 길이길이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