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한 책빙의, 게임빙의물 형식을 현대로맨스에 적용한 형태로, 한마디로 “막장 한국드라마에 빙의”로 한줄 요약 가능하다. 주된 내용은 자다 일어났더니 막장드라마 “시련의 꽃”에서 남주의 누나이자 재벌그룹 딸인 악녀 차예련이 되어 있었던 주인공이, 드라마의 원래 결말대로라면 파멸하는 차예련의 앞날을 바꾸기 위해 원작 드라마 “시련의 꽃”과 맞서 싸우는 내용. 말이 좋아 드라마와 싸우는 것이지, 사실 이 과정은 한국 막장드라마의 온갖 클리셰들과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다 중간중간 주인공이 갑자기 원작을 바꾸려 하면 나타나는 “시련의 꽃” 요소 때문에 주인공의 분투는 쉽지 않다. 차예련은 원작 드라마 주인공 한서리의 말하자면 직장상사다 보니, 흔한 한국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연애만 하느라 직장 일은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 등을 이용하여 원작의 전개를 방어해 나간다. “드라마 월드”같은 느낌이지만, 중간중간 “시련의 꽃”이 섬뜩하게 나타나 차예련이 이야기를 바꾸려는 것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이것을 우회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김현희 작가님이 권해줘서 읽었는데, 막장드라마 코드의 AtoZ를 모아서 하나하나 제대로 활용하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