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서 광고 볼 때 부터 눈에도 밟히고 마음에도 밟힌 만화였다. 몇년 전 나왔던 영화를 보려다가 못 봤던 것이 생각난데다, 표지만 봐도 파릇한 청년이었던 사전 편집자가 어깨가 굽은 중년이 되는 과정이 그려져서.
그리고 읽는 내내 좋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겐부쇼보 출판사의 영업부에 배속되어 일하고 있던 마지메 미츠야는 독서광에, 정리광에, 괴짜다. 그는 후임자를 찾던 사전 편집자 아라키에게 그 언어에 대한 감각을 인정받아 사전편집부로 옮겨긴다. 자기의 내면에만 집중하던 그는 새로운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진심을 다해 언어의 세계에 몰두한다.
“언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는 언제나 감동적이고 소름이 돋게 좋아하지만, 이게 일본산일 경우 조금만 어긋나도 감동은 커녕 지뢰가 되기 쉽다. 이를테면 “중쇄를 찍자”라든가. 편집부가 자기 모국어를 사랑하는 건 좋지만, 외국에서 더욱 그 모국어 사랑이 간절해지는 건 좋지만 “중쇄를 찍자”의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남의 나라 말을 그렇게 빼앗으러 다녀 놓고는 남의 나라에서 더욱 절절해지는 모국어 사랑 좋아하네”라는 느낌이 안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영화 “행복한 사전”도 킵만 해 두고 안 보고 있었는데, 만화를 읽고 나니 원작 소설이든 영화든 보고 싶어졌다.
다만 만화로서 완성도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복잡한데, 아마도 이 대사들은 원작을 거의 그대로 살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만화와 소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은 다른 매체인데. 차라리 에피소드를 좀 강화해서 더 양을 늘리든가, 아니면 두꺼운 단권이 맞지 않았을까. 매체마다 고유의 속도가 있고, 그 속도가 주는 텐션이 다를텐데. 약간 아쉬워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야기가 이야기로서 힘이 있다는 것, 캐릭터가 캐릭터로서 외형부터 성격까지 잘 갖추어진 것과 별개로, 만화가 만화로서, 다른 장르의 원작을 가져올 때 어떤 식으로 넣고 빼고 연출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도, 읽는 내내 떠올리게 되었다. 실은 그래서 원작이나 영화를 더 찾아보고 싶어지긴 했는데……
근데 잠깐…… 두꺼운 한 권이었으면 이 예쁜 “안경 지식인 편집자”의 20대와 40대 모습을 둘 다 표지로 보기 어려웠겠지. 그랬다면 역시 무척 아까운 일이긴 했을 것이다.
PS) 그건 그렇고 올해 초에 쓰던 소설들 때문에 책 위치를 옮겨놓아서 내 사전들이 모두 책무더기의 바닥에 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고…… 추석 전에 위치이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