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쓰던 책의 참고 자료로 사들인 책 중 한 권인데, 사실 구입하면서도 좀 찜찜했다. 20세기의 여성 물리학자들을 두고 “마녀”라고 제목에서 내세우는 책,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해당 인물과 관련이 있는 오브제를 표지에 실었는데, 방사능을 연구한 마리 퀴리와 핵분열을 연구한 리제 마이트너를 내세우면서 플라스크에 꽃을 꽂아 놓은 이미지를 표지로 쓰는 안일함까지.
그리고 결론만 말하면 이 책은… 다른 참고 자료를 찾기 위한 중간 단계로서 읽어볼 가치는 있겠지만, 굳이 이걸 중간 단계로서 찾아 읽으며 괴로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자료로 쓰기에는 무척 어중간하다. 여성 과학자들에 대해 앞부분에서 소개하는 부분들이 좀 있지만, 아무리 십 년 전에 나온 책이라고 해도 왜 말을 이렇게 골랐을까 싶다. 2008년에 나온 책을 두고 지금의 기준대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다시 생각해봐도 그렇다. 이미 90년대에 나왔던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들에 비추어 생각하더라도 이 책은 이들의 업적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점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초점을 맞추는 방식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뒷부분에 대학원생 마리와 리제가 “과학은 남성을 선호하는가”라는 주제를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읽는 것은 고통 그 자체다. 나는 리제 마이트너가 “여자 머리(크기) 비율이 더 큰 것을 보면 여자가 더 똑똑한 것 아니야?”라든가 “우리 둘이 알긴 꽤 많이 아는 걸?”같은 소리를 하면서 츳코미를 넣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는 그런 걸 볼 수 있었고 무척 괴로웠다. 왜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꼭 대학원생 리제와 마리를 넣어 대화식으로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었다면 신입생을 하나 끼워넣어서 둘이 설명을 하게 하는 식이 나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