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책은 왜 읽게 되는 걸까? 어차피 나는 저렇게 예쁘게 집을 정리하고, 알차게 집안을 꾸미고, 가족을 위해 식사와 생활을 개선하고, 매실절임을 담그거나 제철 식재료 중심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자신만의 비법 맛국물이 있거나, 느긋하게 반신욕을 하는 인생과는 거리가 아주 먼데 말이다. (반신욕은 좋아하지만 놀랍게도 할 시간이 없다) 누군가는 그렇게 인생을 딱 자기 손에 넣은 듯 정돈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위로라도 되는 걸까.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에 사는 누군가의 부엌과도 거리가 먼 인생에게 있어, 도쿄의 부엌이란 “이번 생에 달성하기 힘든 무언가”일 뿐이며 그렇다고 딱히 이런 정돈된 부엌을 갖고 싶은 것도 아니라는 것. 그래도 꾸역꾸역, 숙제를 해 나가듯 그냥 읽었다. 읽으면서 다음번에 현대물을 쓴다면 이런 주방을 가진 캐릭터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엌도 찾긴 찾았다. 그 캐릭터를 악역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조금 즐거운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하게 되는 구절들이 있긴 있었다.
“맞벌이라 낮 시간에는 둘 다 집에 없어요. 그렇다면 함께하는 아침 식사 시간을 기분 좋게 보내자 싶어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동쪽에 창을 만들었어요. 아주 기분이 좋아요.”
이를테면 가족이 다 같이 집에 모일 수 있는 시간대를 쾌적하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 보자거나.
집에서 일하다보니 집중을 하면 밤낮도 없어진다. 말차는 ‘온’과 ‘오프’를 전환하기에 딱 좋다. 요리도 기분전환이 된다.
집에서 일할 때, 일과 휴식 모드를 가르는 스위치로 기능할 만한 습관을 정해둔다거나.
“풍부한 고독은 소중해요. 하지만 고립은 곤란해. 특히 노인은 더욱.”
주변에 사는 비혼 친구들도 더불어서, 고립되지 않는 노년을 생각해야겠다거나.
이 책 뒤에는 이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이 소개한 여러 주방 필수 조미료나, 간식, 그릇 같은 것들의 목록이 들어 있다. 그렇게 나중에라도 참고할 수 있는 물건들의 목록이 붙은 책을 보면, 다 읽고 나서 좀 편안한 기분이 든다. 나중에 이 책을 처음부터 뒤질 필요 없이, 여기 나온 물건들을 마치 인덱스처럼 이용해서 그림 자료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안도가 된 모양이다. 만듦새가 책의 성격과 잘 맞는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중간에, 지금 시대의 주방이 쇼와 시대 주부들의 주방과 다른 점에 대한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아마도 그런 기록의 측면에서도 이런 책은 필요하겠지. 패션지나 “행복이 가득한 집”같은 데 나오는 주방 말고, 내 주변 사람들의 평범하고 정신사나운 주방들에 대해 취재를 해볼까 하는 욕심이 잠깐 들었다 내려갔다. 여튼 나는 주방에 대해 그렇게 의욕적으로 조사를 할 수 있을 만큼 주방과 친하진 않으니까, 그건 아마 내가 할 일이 아닌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