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도 책 만드는 사람 이야기라는 느낌이 딱 오는 책. 독립출판물 느낌이 드는데도 대형서점에서 볼 수 있어서 이건 뭘까 하고 구입했다가 정신없이 읽었다. 8년차 편집자의 편집 기록이라는데, 내가 잠시 편집자였던 시절, 그리고 작가가 된 이후 만난 편집자들이 수도 없이 떠올랐다. 도서전 행사 때 책 사러 돌아다니고 싶어 몸살이 났던 지인들이 편집자가 되었다가 “도서전 소리만 들어도 이가 갈린다”고 하던 순간들이 떠오르는 대목들도 있었다. 출판사는 회사 차리기 쉬운 사업이라 그런지 어쩐지 신기한 회사들의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졌는데, 특히 아마도 잡스가 타계하셨을 무렵인 듯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은데”라는 챕터에서는 정말 숨 넘어가게 웃다가 내가 고인이 되실 뻔 했다. 저자가 일하던 출판사에서는 그분께서 고인이 되시자마자 갑자기 자서전, 명언집, 어린이책, 자기계발서 등등 다섯 권의(!!!!!) 그분 관련 책을 한 달 안에 뽑아내는 기염을 토한다. 그렇다고 그 전에 이 회사에 그분 관련 원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당연히 책을 날림으로 짜깁기하는 온갖 꼼수가 펼쳐지는 가운데 책은 만들어지고 사장님이 차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눈물 없이 읽을 수 있을까.
읽고 나서, 아침부터 괜히 왓챠에서 “중쇄를 찍자”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웃픈 이야기들을 잔뜩 읽는 가운데, 그래도 나와 일하는 편집자나 PD에게 나는 좀 수월한 사람이기를 바라다가….. 드라마를 보다 말고 콘티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헤매던 현실의 몇몇 PD를 떠올리며 “그래, 편집자가 콘티 정도는 읽을 줄 알아야지!”하고 꼰대같은 추임새를 넣고 있었다. 아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