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스릴러 – 이다혜, 코난북스

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스릴러

지난 번 읽었던 아무튼, 트위터아무튼, 서재에 이어 또 아무튼 시리즈. 이번에는 씨네21 이다혜님의 책이다.

스릴러를 읽는 것도 좋아하고, 몇 편 쓰기도 했지만, 사실 스릴러는 현실의 범죄와 많이 닿아 있다 보니 가끔 그런 경우도 있다. 시놉시스 잘 짜서 집필 들어갔는데, 하필 그 스토리와 유사한 범죄가 생기면 그 기획을 엎어야 하는경우가 생긴다. 이야기를 짜는 과정에서 신문기사나, 더러는 수사연구 같은 전문 잡지를 찾아보기도 하고, 가끔 경찰을 찾아가 디테일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현실에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흥미 본위로 그대로 재구성해선 안 된다. 그걸 잊으면, 작품도 작가도 괴물이 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작가들은 종종, “야, 픽션이 현실을 못 이기네.”하고 농담을 한다. 얼마 전에도, 이틀 연속 밤을 새우고 나서 무슨 사건에 대해 말이 나올 때 나도 별 생각 없이 트위터에서 그렇게 습관적으로 농담으로 받았다. 그리고 내 트윗을 보신 다른 분께서 지적을 해 주셨다. 그거 아니라고. 지금 현실에 피해자가 있는데 그렇게 농담하면 안 된다고. 맞는 말씀이어서 죄송하다고 하고 해당 트윗은 삭제를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바로 다음 구절이 눈에 딱 들어왔다.

‘픽션’과 ‘픽션 같은’은 전혀 다른 말이다. 픽션을 픽션으로 즐기려면 현실의 문제를 현실에서 해결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래, 그렇지. 그리고 우리가 스릴러로서 즐길 수 있는 것도, 또 픽션이 현실을 못 이긴다고 농담할 수 있는 것도, 현실에서 적어도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확실하게 범죄자가 처벌을 받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사건, 그런데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을 지 안 받을 지 기대할 수 없는 사건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건 현실의 강력범죄를 픽션처럼 가볍게 소비하고 넘어가게 만드는 일이다. 좀 더 주의깊었어야 했는데.

논픽션이 하는 일은 그것이다. 독자는 구경꾼에 머무를 수 없다.

저자는 픽션 뿐 아니라 가해자 가족들이 쓴 묵직하고 처절한 논픽션들, 그리고 현실의 범죄에 대해서까지 다양하게 넘나들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스릴러는 결국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말하는 장르라는 재정의로 귀결된다. 특히 잔혹한 범죄, 여성 대상의 범죄가 늘어난 시대에, 고전이 아닌 현대의 범죄물을 읽거나 쓰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얼마 전의 실수와 이 책에서, 스릴러를 쓸 때 고려할 것들에 대해, 그리고 현실과 픽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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