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킹덤)

킹덤 (넷플릭스 드라마)

1. 포스터가 의미심장함. 감춰야 하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 더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는 식이다. 물론 왕은 좀비니까 가장 가운데에 있고. 중전도 임신과 관련한 비밀이 있고, 후궁의 아들인 세자는 어린 중전(계비)이 임신을 하자 유생들과 더불어 역모를 꾀하려는 비밀이 있다. 좌익위인 무영이 여기서 조학주 대감보다 안쪽에 있다. 등장 횟수가 많긴 하지만, 여기서 배신자는 무영이라는 암시겠지.

2. 해원 조씨 일문이 왕을 죽인 것은 아닐 것이다. 중전이 적통의 대군을 낳더라도 이미 장성한 세자가 있는 상태인데, 이대로는 대군의 입지가 불안하다. 어느정도 나이가 든 다음에 세자를 몰아내고 왕이 죽어야 자연스러운 수순일테니. 왕은 처음에 언급된 역병으로 죽었고, 그 다음에 이승희가 불러들여졌다. 이는 그야말로 중전의 출산일 까지만 왕을 살려두기 위해서지, 영원히 죽지 않는 좀비 왕을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이승희는 생사초로 괴물(좀비)를 사람으로 돌릴 수 있다고 믿은 인물인데, 이건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안현 대감이 괴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이승희에게 “그때처럼 하라”는 조학주, 그리고 생사초 산지 근처에 있던 쇠사슬 같은 것과, 두 번의 전쟁을 연관하면 이야기가 될 듯. 산 사람에게 생사초를 쓰면 괴물이 되며 다쳐도 죽지 않고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500의 관군으로 3만 대군을 물리쳤다는 안현 대감은 그런 점에서 처음으로 좀비를 만들어낸 책임자였을 것이다. 왜, 삼총사에서도 라 로셸에서 싸울 때 숫자가 많아 보이게 하려고 죽은 병사의 시체를 벽에 세워두는 장면이 있는데, 죽은 병사의 시체를 세워두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써서 외적을 물리친다는 발상을 못할 게 뭐가 있겠어. 500의 관군으로 3만을 물리친다면, 죽어도 일어나는 군사가 필요하겠지. 처음에는 죽은 병사에게 생사초를 먹여 싸우게 하고, 그 다음에는 산 사람을 강화 군인으로 만드는 발상을 헀을 것 같다. 이를테면 천한 자 중에 무용이 뛰어난 이들을 생사초를 먹여 죽여도 죽지 않는 강화군인으로 만들어서 싸우게 했고, 끝나면 면천시켜 준다고 약속했다면 그걸 지키기 싫어서라든가, 아니면 그냥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다 죽여버렸다거나.

다만 유교국가인 조선에서 죽은 시체를 살려내서 적을 물리친 뒤 후환을 없애기 위해 불태우든가 했다 = 죽은 자를 두 번 세 번 죽게 했다는 말이 나올 일이니 그 비밀을 아는 해원 조씨 일문은 안현 대감이 자기들 말을 거역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테고. 이 일의 배후에는 권력자인 조학주라든가, 국왕의 승인이 있었을 것이다. 안현 대감 혼자 한 일은 아니겠지. 그러니까 조학주도 아는 일이고. (그리고 만약 강화군인을 죽이는 전개였다면 조학주가 명령했을 것 같다.)

그리고 영신은 전란 중에 강화군인….. 괴물병사로 싸웠다가 생사초를 사용해서 다시 인간으로 회복된 케이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승희가 생사초로 괴물을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 건 써 봤으니까 아는 일일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조선시대 강화군인이 나오는 SF가 되는 셈인데 어떨지 모르겠다.

3. 중전 캐릭터는 단순히 아들을 왕위에 올리겠다는 어머니 캐릭터라기보다는 장남의 자리를 노리는 차남의 포지션에 가깝다. 실제로 중전이 회임을 하면서, 중전은 적자이자 차남으로 태어날 복중 태아(비밀이 있다)를 위해 서자이자 장남인 세자를 노리게 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는 오라비=대를 이을 아들이 죽어 비통해하는 아버지를 두고 “(왕실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내가 낳아드리겠습니다.”, “아버님을 내가 지켜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오빠가 죽어 아버지의 유일한 자식이 되었고, 왕의 적자를 회임한 그녀는 스스로 두 가문의 “대를 잇는” 역할, 권력을 지향하는 것을 숨기려 들지 않는다. 쇠사슬에 묶인 권력(왕)을 손에 쥔 채로 옥좌에 앉아 있는 중전은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실질적인 혈통과 무관한 아이를 데려와 대를 이으려 하고 있다.

“세자가 아닌 자신의 외손으로 대를 이으려는” 조학주의 욕망이 왕을 좀비로 만들었다. “대를 이을 아들의 시체”를 숨겨 나오려던 어머니의 욕망이 동래 밖으로 이 역병이 번지게 만들었다. 이제 중전은 두 가문의 대를 이으려는 욕망이 있지만,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을 대신해 대를 이을 사내아이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는 타인(사내아이)을 통해 대를 잇고자 하는 이들과, 자기 스스로 그 대를 이어 나가려는(중전이 회임하고 자신의 자리가 위태롭자 스스로 반역의 중심에 서는) 세자의 대립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쨌든 중전은 조학주보다 더 강한 캐릭터다. 산전수전 다 겪고 전쟁까지 겪은 중년 아저씨도 아닌, 아직 소녀인 중전이 이 상황에서 눈 하나 깜짝 않는 것만 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여성캐릭터는 좋지.

4. 그러고 보니 좀비들이 식욕만이 강력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성욕 면은 어떨까. 계속 대를 잇는 이야기가 나오니 이게 궁금해지는데. 지금 국왕은 “괴질에 걸려 인육을 드실 뿐” 여전히 조선의 왕이시라고 조학주가 주장하고 있고, 이걸 대제학조차도 반박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전이 만약에 비밀을 들켰을 경우, 스스로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강녕전에서 좀비 국왕과 동침하는 전개로 가진 않겠지.

5. 전란 후 후, 서자인 장남과 적자인 차남, 그리고 젊은 계비. 인목대비와 광해군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러면 또 인목대비가 서궁에 갇혀 있었던 계축일기도 떠오르고. 이 관계와 감금 모티프를 따서 뭔가를 만든다면 나같으면 죽은 영창대군을 살리기 위해 생사초를 쓰고 좀비로 온 나라를 뒤덮는 대비 같은 쪽을 생각했겠지만.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를 권력투쟁 중에 죽였다가 좀비로 만드는 건 아무래도 그렇겠지.

PS) 한국드라마 두 번 안 보는데 미술이 워낙 좋아서 한번 더 보고 있다. (두번째는 왕궁 나오는 장면 위주로 마구 스킵하면서)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스태프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자막이 뜨는데, 미술 스태프셨다고 한다. 묵직한 화면이나 구도를 보다가도 그런 것들이 마음에 걸린다. 넷플릭스에 K-노동환경 패치가 되지 말고, 방송노동쪽의 처우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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