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민음사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두 번 입학했는데 두 번 다, 입학동기 원우님들 및 선배님들께서 공모전, 그것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야 진짜 작가가 되는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 이미 장르작가이자 만화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야 원우님들 보기에는 뭐 그냥 애들 장난이었을 텐데 그게 기겁할 만큼 불쾌하진 않았다. 왜, 내겐 피붙이 중에도 문예창작과에 나와서는 내가 쓴 걸 쓰레기 취급하던 이가 있었으니까 뭐.

그러고 보니 나이 들어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장르든 순문이든 문학상으로 데뷔하거나, 상을 받거나, 뭐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셨다. 생각해보니 굉장한 거구나. 읽으면서 뵌 적 있는 작가님들이 보일 때는 깜짝 놀라면서, “아, 그분이 이 상을 받았었지.”하고 놀라기도 하고. 아니 잠깐, 장강명 작가님 장편소설 문학상에 여러 번 당선된 건 알았지만 네 번이나 당선되었었냐……. (머리 지끈) 많잖아.

신춘문예가 도입될 당시 한국 사람들에게 ‘다수 응모자의 문예 창작 능력을 누군가 하나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으며, 심지어 가장 뛰어난 작품이 무엇인지 가릴 수도 있다’라는 개념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고려와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상당 부분은 작문이었다.

르포르타주니까 그야말로 자료 읽는 느낌으로 읽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는 SF 작가니까 몇년 전 배명훈 작가님의 “첫숨”이 대상을 놓친데다 그 전시물 한가운데, 책 표지 가운데에 전기 콘센트가 떡하니 박혀있던 그 한심한 SF 어워드를 떠올리기도 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만화 잡지의 소설 공모전을 통해 첫 지면을 얻었으니까 만화잡지의 공모전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어릴때 치기어린 마음으로 도전했던 황금드래곤 문학상이나, 바로 그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받으셨던 적어님이나 미로님을 떠올리기도 하고. 알아서 보이는 것과 몰랐다가 알아서 기겁한 것도 있고.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다 털어 전민희 작가님 말고는 장르쪽에서 책 써서 팔아본 사람이 없다는 걸 이걸 읽고서야 알았다. 심사위원에는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러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을 만들어서 팔아보려고 한 것이 이 문학상 시스템이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이 대목을 보던 중에.

대중문학이 천천히 자살했다. 대중문학 작가와 편집자, 출판사들이 한 치 앞을 고민하지 않으면서, 당장 쉬워 보이는 길로만 가면서, ‘초판 2만부’ 너머를 보지 않고, 제 살을 열심히 파먹었다. PC통신에서 일어난 거대한 에너지가 이렇게 한심하게 망했다.

백퍼 동의하진 않지만 그 동의하는 부분에서 웹툰의 앞날을 걱정한 적이 있다.

그리고 웹툰계는 제 살이 아니라 작가의 목숨줄을 파먹는 쪽으로 가고 있지. 무엇을 생각해도 더한 게 온다. 여러 우물을 파고 있으니까 나는 어떻게든 버티겠지, 버텨봐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SF는 어떨까. 진입하는 출판사도 늘어나고, 투자도 있는 것 같고, 작가단체도 생겼고, 좋은 작품을 내놓는 분들이 새로 진입하고 계시고….. 하지만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만으로 이 장르의 앞날은 탄탄할 것이라고 믿어도 되는 걸까. 나라가 작고,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적고, 도락에 시간과 돈을 낼 여유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는다는 게 출판사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베스트셀러 목록에 어떻게든 올라가는 게 중요해요. 그걸 못하면 명사가 추천을 했거나 상 이름이 하나라도 박혀 있어야 독자들이 책을 들춰본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이 중간에 나오는데. 결국은 쉬기 위한 선택에서조차 실패할 수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에 대해 계속 생각을 했고, 좀 속이 쓰라렸다. 버텨내는 것만으로 가능한가.

PS) 2015년 상반기 기준으로 그 해 한국에서 가장 응시 인원이 많은 시험은 당연히 수능이고, 그 다음은 국가직 9급 공채인데, 세 번째가 삼성 직무적성검사였구나……

PS2) 그나저나 문학동네가 창립식을 하면서 장차 창비, 문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말을 하려고 했더니 그때 아직 작가도 아니던 – 문학, 출판분야를 오래 담당했던 고참 기자였던 김훈이 “떽!!!!”하고 소리쳐서 포부를 끝까지 밝히지도 못하게 했다니, 아무리 창비와 문지가 대단해도 21세기 사람의 눈에는 대체 남 개업하는 데 와서 저게 무슨 비매너냐 싶고요……

PS3) 슬슬 나도 타이틀을 좀 갖고 싶다!!!! 올해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타이틀이 생기면, 할 수 있는 말이 조금 더 많아질까. 조금은 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나. 그런 생각도 잠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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