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엄마와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 사토 미유키 , 미우

대원에서 지난번에 보내준 책. 에세이 만화 쪽은 전에는 호기심이 있어서 “수짱” 시리즈 이후로 몇 가지 봤지만 어쩐지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들 말고는 그다지 꾸준히 보게 되지 않았다. 게다가 엄마와 딸의 여행이라니, 예전에는 절대 읽지 않는 종류였겠지.

그래도 내게도 아이가 둘이나 생기고 난 다음이기 때문인걸까. 어머니와 딸의 여행 같은 이야기에도 일단 불평부터 늘어놓기 전에 책을 읽게 된 것은. 사실 모녀여행이라는 것, 우리 집 뿐 아니라 다른 집도 “부모님께는 로망일지 몰라도(심지어 로망 아닌 집도 많이 있다) 모시고 간 딸에게는 돈은 돈대로 쓰며 욕은 욕대로 먹는”일인 경우가 많은데, 에세이 만화 작가답게 약간 자학개그가 들어간 면은 있지만 이렇게 따뜻하게 그려진 모녀여행이란 어떤 것일까, 실제로도 그러할까.

어릴 때에는 엄마를 모시고 여기저기 다니려고 애썼던 적도 있었다.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시도한 적도 있다. 아버지와 남동생 수발 때문에 거절하셨지만. 그래도 엄마와 함께 매화꽃이 가득한 전남 광양 홍쌍리 매실마을에 있던 것은 참 좋았지. 같이 매실비빔밥 먹고, 매실고추장을 사고, 매화차를 마셨던 것들 말이다. 거기 가기 전에 미리 일을 해 두느라 돌아오는 길에 피곤해서 버스에서 잤는데, 그게 엄마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혼이 났었다…… 아, 왜 그런 기억의 말미에는 꼭 그런 게 있지. 여튼 아무 데도 안 모시고 간 아들보다, 모시고 가느라 전날 무리해서 당일에 버스에서 꾸벅꾸벅 조는 딸이 더 욕을 먹는다는 걸 알게 되고는 같이 안 다녔지. 그래도 모시고 가면 싸우겠지만 엄마가 여향을 못 다니신 게 안타까웠고, 또 시간이 지나며 육아 때문에 모시고 다닐 시간이 나질 않게 되었어도, 가끔은 이것저것 안타까운 마음에 아버지랑 다녀오시라고 여행을 예약해 드리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눈이 나빠져서 싫다고 하셨고. 읽는 내내 마음이 좀 복잡했다. 어쩌면 나도, 이런 식으로 사이좋은 모녀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했다고 생각핬다. 엄마도 그렇고.

최선을 다했지만 서로 맞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불행해지면서까지 맞추려고 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올해에도 적당한 때에 여행을 다녀오시라고 권할 것이고, 가시겠다면 비용을 댈 생각이다.

어쨌든 이 책은, 꼭 엄마와 함께 다니는 게 아니라도, 몸이 약하거나 오래 걷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데도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일단 큼직큼직한 데를 다 돌고 난 사람을 위한 “중급편”같은 느낌이지만. 타이완(은 이미 다녀왔고), 요코하마, 후지산,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하와이, 아사쿠사, 스미다강, 치치부, 나스 알파카 목장, 이와테 하나마키 온천, 홋카이도. 다른 곳들은 내 가족과 같이 가고 싶었고, 요코하마와 가마쿠라는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과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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