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읽은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에는 꽤나 실망을 했지만, 이쪽은 애니메이션으로 앞부분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기대하고 있었다. 만화책으로 읽고 나서도 꽤 만족스러웠고.
원작자가 아닌 다른 작가가 그리는 (원작자가 그리고 상업지로 나오면 그건 이미 공식이지. 앤티크 동인지는 비록 동인지이지만 요시나가 후미 선생님이 직접 손을 댔으니 거의 공식이고……) 스핀오프란, 어쨌든 적어도 둘 중 하나의 조건은 만족해야 쓸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스핀오프의 캐릭터임을 감안하지 않고, 원작이 없는 독립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은 이야기인가. 또는 원작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져, 제2의 원작으로 정전 반열에 놓아도 될 만한 작품인가.
이쪽은 일단 패러렐 월드고, 성배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매 화마다 밥을 먹고 어울리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다 보니 후자는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입문의 감수를 받았다보니, 동시에 한 자리에 존재하지 못할(죽었거나 해서) 캐릭터가 살아있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지만 캐릭터 구축에서 원작의 요소들을 잘 살리고 있다. 또 캐릭터의 힘에 기대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요리만화로는 꽤 훌륭하다. 요리감수를 따로 받은 것만 봐도 그렇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묘사라든가, 왜 그 화에서 그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스토리 개연성이나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연어와 버섯 호일구이나 (일단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자반연어 토막이 싸질 않다는 게 문제지만) 후라이팬 로스트비프는 집에서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 레시피도 잘 나와 있었고. 귀여운 그림체로 있는 캐릭터들을 살려서, 게으르게 캐릭터성이나 원작의 이름에 기댄 만화가 아니라 이만한 요리만화를 뽑아낸 것도 꽤 노력이 들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페이트의 스핀오프가 아니더라도 이걸 보았겠는가, 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지만, 페이트를 지우고 보더라도 이 만화는 치유계 요리만화로 나쁘지 않았다. 아니, 일단 요리를 하면 스토리 개연성이고 뭐고 다 날려도 되는 줄 아는 만화들도 있는 것에 비하면, 공을 많이 들인 편이라고 해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