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제일 갑갑한 것 중 하나가 먹을 것에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회나 초밥 말인데, 임신 초기에는 날 것은 위험해서 못 먹고, 중기에는 여름이라 위험해서 못 먹고, 후기에는 그 와중에 임신성 당뇨 위험군이라 못 먹었다. 미스터 초밥왕을 정주행하면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조리원에는 외부음식 반입이 안되고(특히 회나 초밥 같은 게 될 리가 없다.) 조리원에서 나온 뒤에는…… 눈만 떼면 사고를 치는 어린이 한 명에다가 신생아까지 집에 있는데 혼자 식도락을 즐기자고 나오는 게 가능할 리 없다. 외출을 하는 것은 적어도 어린이라도 자는 밤이든가, 아니면 분명히 일이 있을 때인데. 회사 다닐 때는 마음이 울적하면 혼자서도 이것저것 먹으러 다니던 사람으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여튼 그래서 “입질의 추억” 블로그 같은 것도 찾아서 보고, 요리 만화도 찾아서 읽었다. 미스터 초밥왕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이 책도 그렇게 걸린 책 중 하나다.
요시에는 초밥을 무척 좋아하던 평범한 회사원으로, 초밥집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동생의 상사가 다니는 초밥집 사장이 아내 감을 찾고 있다는 말에 만나러 가 봤다가 앉은 자리에서 초밥 3인분을 맛있게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하여 도쿄 히가시나카노의 상점가 구석에 있는 오래된 초밥집, 나토리 스시의 안주인이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열두 가지 초밥에 얽힌 그녀의 수필을 만화화 한 것이고.
잔잔한 수필이라는 게, 아무래도 만화로 만들 때는, 어지간한 연출로는 맛을 살리기 어려울 만큼 많이 얌전했던 걸까. 아니면 원작의 분위기에 맞춰서 정적인 연출을 한 것이 너무 힘이 빠져버리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일까. 만화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초밥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초밥에 대해 몰랐는데 초밥집에 시집와서 안주인이 되어 가는 것이, 너무나 “시댁의 색깔로 물들어가는 얌전한 며느리”의 상처럼 보여서 그렇게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다만 이걸 읽고 나니, 가까운대로 만화박물관 근처 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좀 먹고 싶어졌다. 회사 근처의 횟집도 그렇고. 또 이것저것.
PS) 2021년 12월.
이 만화를 읽던 2018년에만 해도, 설마 사람들이 수필을 못 읽어서 그걸 만화로 풀어줘야 하나 싶었다.
그리고 지금, 리디북스에서 별별 에세이들을 만화, 웹툰으로 풀어서 서비스한다는 말을 듣고 좀 좌절했다. 사람들의 평균적인 문해력이란 정말 믿을 수 없이 얄팍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