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연초부터 임신상태였고, 최근 출산을 했습니다. 덕분에 많은 일들이 2019년으로 미뤄지게 되었어요. 예정이야 연초부터 잡혀 있었으니까, 황급히 계획을 미루거나 하진 않았지만요. 어느정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새로 잡거나 조정한 것들이라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출산은 첫째 때보다 힘들었고, 60시간동안 분만실 밖으로 못 나갔더니 허리가 말이 아니며, 혈관이 얇아서 양손에 번갈아 수액을 꽂았다가 그 손으로 침대 난간을 붙잡고 진통을 했더니 손목도 엉망입니다. 어쩌면 예정들이 좀 더 늦어질 지도 몰라요. 여튼 가족이 더 늘어났고, 저는 책임감이 강하고 돈을 밝히는 타입이니, 일 자체를 놓진 않을 겁니다. 많이 불안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상반기에 시프트북스에서 연재했던 “자살 클럽”이 e-book으로 나옵니다. 계약을 했고, 수정원고를 넘겼습니다. 예쁘게 묶여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원작의 “자살 클럽”을 로컬라이징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 멋지고 로맨틱한 이미지의 플로리젤 왕자와 제럴딘 대령은 어디 가고, 성격 더럽고 폭력에 둔감하며 잘 싸우는 여성 형사와, 그녀의 하우스메이트인 게으른 프리랜서 라이터가 나오는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올해는 SF 쪽으로는 성과를 못 내려나 생각했는데, 김보영 작가님께서 불러주셔서 앤솔로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쓰기 시작해서 마감 방어에 성공했어요. 좀 서둘러서 썼다 싶지만 무척 마음에 드는 이야기이고, 단편은 생각은 오래 삭혀야 하지만 글 자체는 빨리 쓰는 쪽이 더 탄력있는 느낌으로 나오니까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명으로 쓰는 글이나 칼럼, 기고 같은 일거리가 조금씩 있었습니다. 그 밖에, 게임 시나리오나 VR 시나리오 같은 일이 네 가지 정도 들어왔는데, 사실 욕심이 있었지만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임신중에 처음 해보는 일을, 빠듯한 일정으로 소화하는 건 무리 정도가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도 곤란할 수 있으니까. 대신 들어온 일들은 전부 주변의 여성 작가들에게 토스했습니다. 그분들 전부가 그 일을 하고 계신 것은 아니지만, 몇 분은 그 일을 하고 계시고요. 몸이 회복된 다음에, 또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들어오면 그때는 욕심을 내 보고 싶습니다.
내년 초 목표로 작업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슬슬 상 욕심이 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다는 이정표 같은 것을, 타이틀을 원해요. 애초에 이렇게 대놓고 “성실한 입금 확실한 원고”같은 말을 명함에 박아서 다닐 만큼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 명예욕이 없을 리가 없잖아요. 정확히는 우선 그런 것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리고 그 결과에 걸맞는 명예를 얻고 싶다, 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