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일할 것인가

어떻게 일할 것인가 – 아툴 가완디, 곽미경, 웅진지식하우스

하루종일 엎드려서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것인가”를 읽었다.

소아마비 예방이나 전사자의 사망률, 의사의 수입, 사형집행에 대한 개입, 여성 환자를 치료할 때의 에티켓의 영역과 범위에 대한 문제, 의료사고, 그리고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사인 산모 사망률이나 아프가 점수와 같은, 산부인과 분야에서의 의학의 도약까지.

아툴 가완디는 예전에 읽었던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외과의사로서 더 나은 의료행위를 위한 고민을 거듭한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이 책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감사의 말이다. 그 감사의 글의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환자와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허락해 준 그분들의 뜻보다 크고 귀중한 선물은 없을것이다.”

바로 며칠 전 PC방에서 한 청년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응급의학과 의사이자 수필가인 남궁인 씨가 근무하는 병원에 피해자가 실려왔고, 숨을 거두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그에 대한 글을 올렸고, 엄청나게 공유가 되었다. (다행히도 상당수가 작가나 편집자인 나의 페이스북 페친들은 굳이 그 글을 계속 공유하진 않았다.) 이 글은 청와대에 올라간 청원의 서명자 수를 늘리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 그래, 무척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이지만, 나는 그가 별 생각없이 썼을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그가 의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어쨌든 자신의 영향력으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했을 거라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참담하니까.

하지만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하더라도, 타인에 대해 말할 때는 우리에겐 좀 더 섬세함이 필요하다. 사람의 건강이나 범죄 피해 사실, 개인정보 같은 예민한 정보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런 것을 남을 조롱하기 위해 쓰거나, 단순히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쓰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그건 글 쓰는 사람의 의무이자 도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마지막에 실린 저 문장에 한참 마음이 먹먹해진 것은 그런 이유다.

PS) 그리고 출산과정의 발전에 대한 대목에서 나는, 내가 다니는 병원 산부인과 선생님께 질문했다가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간 두어가지에 대한 답을 – 정확히는 답을 찾기 위한 검색경로를 –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에 일어난 그 일 때문에 이런 감상을 적게 되었지만, 사실은 저자의 고민만큼이나 무척 읽을거리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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