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으로 나돌아다닐 순 없잖아”(어째서인지 읽고 나서 “복부를 수술하고 나서는 팬티 고무줄이 배길 수 있으니 훈도시를 입으면 좋다…… 그리고 일본에는 여성용 훈도시도 있다.”는 TMI를 알게 되는 만화)와 “하나이자와 주민센터 소식”의 야마시타 토모코가 그린 만화. 6편의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직업이나 나이, 성격 등이 모두 다른 여자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예전에 읽었던 정혜욱의 “세 가지 사랑”이라든가, 요시나가 후미의 “사랑해야 하는 딸들”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사실 정혜욱 쪽에 좀 더 가까움. 연애라든가 욕망이라든가 그런 점에서는. 단 “세 가지 사랑” 쪽은 애초에 “나인”에 실렸던 만화다…… 나인이라면 1998년에 창간한 잡지고, 그 무렵의 레이디스 코믹 – 그때 한국 순정 주류와는 좀 다른, 성인순정 쪽도 다루려던 잡지였고. 그러다보니 여성의 욕망을 다룬다, 는 지점만 두고 보더라도 지금 보면 많이 낡았을 것이다. 그때 기준으로도 한국의 레이디스 코믹 중 하나였으니까 기억하고 기록해두는 것이지, 아마도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일본에서 나온 그 장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법한 느낌이었고. (하지만 그림은 지금 생각해도 모던했다는 느낌인데. 나인이 그렇게 문을 닫았고, 그때 작가님들이 여러 잡지들의 폐간과 함께 많이 사라지셔서 아쉽다.)
트위터에서 여성 서사에 대해 이야기들이 나오다가 누군가 추천한 만화. 그때 언급된 건 옆집에 살고 있는, 레즈비언이자 성공한 사진작가인 중년 여성과, 옆집의 여고생 이야기다. (물론 사진작가가 여고생을 어떻게 하는 건 아니고, 사랑이라든가, 남과 똑같이 살 필요는 없다든가, 섹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거나, 콘돔이라든가,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이야기들도 다 괜찮다. 접점이 아주 많진 않은 여자들이, 같은 공간과 시간 안에서 서로 엇갈리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서 이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 보여주거나 하는 식으로 연결된다.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점에서 어떤 에피소드는 거슬릴 사람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고, 아, 일본 쪽은 아무래도 억압이 더 심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있구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여튼 이쪽도 동시대의 작품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나온지 10년 가까이 되는 만화. 한국에 정식발행된 것은 2011년이라고 한다. 그때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읽었으면 느낌이 또 달랐을까. 생각해보면 “서플리”도 30대 초반에 읽었을 때에는 강렬했지만 지금 읽으면 복잡한 마음이 들긴 한다. 어떤 만화들은 읽어야 할 시기가 따로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