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나도 작가가 되는 법이나 예술가로서 사는 법에 대해 이것저것 책을 찾아 읽었지만, 수십 권을 찾아 읽어도 결론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그런 책에서 제시하는 일들을, 작가가 될 만한 사람들은 설령 아무리 게으른 인간이라도 이미 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일로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우선 일기 먼저 쓰라는 말은 얼마나 공허한가. 글을 쓰지 못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은 이미 일기가 되었든, 블로그가 되었든, 그도 아니면 SNS가 되었든 계속해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수시로 글을 쓰고, 엽편 소설을 쓰고, 꿈을 메모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일상의 대화를 캐치하거나 하는 것들. 그런 모든 것이 이미 숨쉬듯 일상이 되어 있는 사람이, 결국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연습문제나 조언, 예시가 제법 괜찮게 실려 있지만, 이런 책을 따라 쓰는 것만으로는 시작도 할 수 없다. 구몬을 열심히 푼다고 수학자가 될 수 있는 게 아닌 것 처럼. 그런 점에서, “작가 지망생과 현역 작가들에게” 소중한 책은 될 수 없겠지. 이미 그런 것을 숨쉬듯이 하고 있는 사람 중에, 자신의 글을 끝까지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이다. 우울하지만 그게 사실이다. 하긴, 요리 못 하는 사람이 요리책을 보는 마음으로 읽는 목적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사실 나도 요리하는 것은 무척 싫어하지만, 사진이 예쁜 요리책들은 굳이 사서 읽고 있고.
솔직히 이런 책들이 왜 필요한지 가끔 생각하게 된다. 지하철에 걸려 있는 수상쩍은 시들을 볼 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들이 끓어오르는데, 이건 그다지 동경할 만한 일도 아니야,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