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은 더 많이 필요하며,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어지간한 대학도서관 급의 장서와 다수의 사서들을 갖추고 있고, 책 펴놓고 죽치고 뒹굴 열람실은 그렇게 크지 않은 곳들. 이런 곳은 몇몇 서가는 폐가식으로 운영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한 시에 하나, 한 광역시나 군에 두세 곳 이상, 뭐 그 정도는 있어여 지식의 거점으로서 기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동네마다 흔히 보이는, 베스트셀러나 청소년책 위주로 갖춰놓은 구립도서관 급 작은 도서관들. 물론 이쪽은 열람실도 어느정도 있어야겠지만 시험공부족 위주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지역의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사람들이 문화공간으로서의 공공도서관과 공짜 독서실로서의 공공도서관 중 어느 쪽을 원하겠는가. 그게 문제죠,)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제오늘, 트위터에서 많이 나왔다. 문화와 복지의 공간인 외국의 공립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대학도서관도 개방해야 하지 않느냐 등등. 몇년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대학도서관은 그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것들. 일리는 있는데, 그렇다고 그게 납득이 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책이나 자료를 보기 위해 대학도서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나름대로 열람하거나 자료를 복사할 방법과 절차가 갖춰져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학도서관을 개방하라는 말의 진짜 욕구다. 공공도서관을 더 지으라고 말하면서도, 서가가 너무 많다거나(도서관에 서가가 많은 게 당연한 거 아닌지?) 열람실이 적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의 진짜 욕구도 포함해서.
대중에 개방된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두 가지 욕망이 드러나고, 제대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욕망을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논문을 쓰거나 집필을 하거나 교양을 위해서 좋은 책과 양질의 자료들을 자료로서 접하고 싶다”는 욕망, 두 번째는 “저 도서관을 책 두고 다녀도 되는 무료 ‘독서실(한국에서는 시험공부용)’로 쓰고 싶다”는 욕망이다. 물론 대학도서관을 개방해라, 라고 말할 때는 전자를 이야기하고, 실제로 지역에 도서관이 생기거나 대학도서관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면 후자의 욕망대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이 두 욕망은 분리되어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전자는 강화하고 후자는 대체 왜? 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런 점에서 나름 성인들이 볼만한 책도 책을 갖추려고는 하나 부족함이 있고 열람실만 드넓어 공시족 천국이 되어버린 우리 동네 공립 도서관들의 상태가 영 마음에 안 들긴 해도, 청소년 서가와 어린이 서가가 어느정도 갖춰져 있는 이상 그만한 사이즈의 도서관들이 일단 접근성 좋은 곳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조금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애들 책 대출에 아이핀 좀 안 받았으면 좋겠고. 무슨 아이의 첫 도서관증 만드는 데 은행 계좌 만드는 것 보다 서류가 더 필요한지. 관심이 많은 보호자는 그 서류들을 갖춰서 대출증을 만들어 주겠지만,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거나 다문화 가정의 아이에게는 접근성을 더 떨어뜨리는 정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려는 사람들, 이 혹서기에 냉방 안되는 집 대신 달리 공부할 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 열람실에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을 막는 것이야 말이 안 되겠지만, 자리 맡아놓고 거기 누가 못 앉게 신경전 벌이고 책만 쌓아놓고 실제로 앉아있지 않는 거 못하게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매우 많이 듭니다. 지정석 독서실은 돈 내고 끊으세요. ㅇㅇ
PS1) 내가 전에 봤던 도서관 최악의 정책 중 하나는 교육대학 도서관에서 서가를 줄이고(……) 그 자리에 열람실 책상들을 밀어넣는 꼴이었어…… 그리고 거기서 졸업생이 그 열람실에서 시험공부를 해도 되느냐 마느냐 놓고 싸우는 거랑. 아무리 전교생이 수험생이라도 서가를 날리고 독서실을 만드냐.
PS2) 그리고 도서관 진상은 역시 그거 아니겠음. 개가식 서가에서 책 뽑아서 연결된 열람실에 앉아 읽어보거나 확인하거나 하는데, 시험공부 하는 것도 아닌데 자리 비켜달라는 애들. -_-+ 야 내가 지금 독서를 하는지 문예창작과 대학원 중간고사 준비중인지 논문을 쓰는지 니가 어떻게 알고 책본다고 개소리야.
PS3) 예전에 나도 가족들 피해서 동네 도서관에 와서 시험공부도 하고, 시험 끝나고 한가할 때는 하루종일 와서 책 보고 있었는데, 동네 도서관에 흔한 “진상부리는 장수생”을 통제할 방법이 사실상 거의 없음. 구석에 책 숨겨놓고 다니고, 공부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대장짓 하려고 들고,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 말임. 아, 최근에 경험한 것으로는 우리동네 도서관에 애 안고 갔는데 눈이 풀린 젊은 남자가 옆에 공무원 시험 책을 끼고 나오다가 척척 다가와서 벽으로 몰아세우며 애 발을 주물주물 만지려고 했었다. 어차피 도서관의 자원 일부가 꾸준히 수험생들을 위해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그런 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대책 및 사서에 대한 권위가 더 주어져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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