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다르다

둘째는 다르다 – 김영훈, 한빛미디어

둘째 출산을 두달 정도 앞두고 이 책을 읽었다. 나는 형제간에 사이는 더럽게 안 좋았으므로, 과연 이것들이 얼마나 싸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무척 기대가 크다. 아니, 애초에 싸울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 게, 의외로 사이가 좋으면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좋은 일이기도 하니까. 여튼 그 아수라장에 대비해서 책을 읽기로 했고, 마침 이런 게 신간이라 읽기로 했다.

일단, 이 상황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첫째인데, 동생들 대신 혼나거나 부당하게 양보하라는 말은 수도 없이 자랐으면서도 아래로는 동생들에게 치이면서 자라 집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첫째들이고,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를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일단 둘째를 기준으로 형제문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단순히 “막내”가 아니라 삼남매의 둘째 및 쌍둥이 중 늦게 태어난 쪽도 포함이다.) 어쩌면 이 책을 쓰신 의사선생님이 바로 야심많은 둘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중간중간 했다. 그 점에서는, 첫째로 태어난 부모들이 읽어보면 괜찮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뾰족한 대책이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이렇게 해도 갈등은 일어나고 저렇게 해도 갈등은 일어난다. 어떤 면에서는 그냥, 몇몇 중요한 포인트를 제외하면 “갈등없이 키우기 위한 대책이 담긴 비전서”같은 게 아니라 그저 부모를 위로하기 위한 책에 가깝다. 좀 더 디테일한 부분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형제나 자매가 아닌 남매가 있을 때, 출생순서가 아니라 성별에 의한 주위의 차별이나 아이가 유치원 등에서 성별에 대한 편견을 주입받았을 때 벌어지는 갈등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주 조금 양념처럼 다루긴 했지만, 충분치 못하다. 저자가 남매 중 여자 쪽이었다면 아마 좀 더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또한 남매-형제-자매도 아니고, 형제-남매-자매 순으로 배치가 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불만이 많다. 아예 첫째와 둘째가 동성인 경우를 먼저 취급하든가, 아니면 일괄로 뒤에 취급하든가 할 것이지, 형제 먼저, 그 다음은 남매, 그 다음은 자매라니. 굳이 첫째와 둘째 중에 남자아이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로 나눠서 설명하는 듯 전개할 일인가 싶어지는 대목. 대체 이 책이 2018년 6월에 나온 책이란 말인가. 편집자는 뭘 했는가.

뭐, 물론 첫째가 태어나기 전에도 육아라든가, 유아심리 아동심리에 대한 책들은 꽤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닥치고 보면 안 읽은 것보다는 낫지만 그다지 딱딱 맞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타로 점을 보는 것 만큼 뜬구름잡는 이야기의 반복이며, 결국은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Don’t PANIC!”이라고 외치는 역할에 불과했다. (혹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각종 아이템들을 팔아먹기 위한 수단이거나.) 아마 이것도 그렇겠지. 뜬구름잡는 것 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럴 것이며, 결국 어떤 사랑과 전쟁을 찍을 것인지는 태어나봐야 알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관점에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는 건 좋았다. 부모가 둘 다 첫째로 태어났던 부부가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 점에서 도움이 될 듯.


게시됨

카테고리

, ,

작성자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