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의 남편

아우의 남편 – 타가메 겐고로

아우의 남편
아우의 남편

타가메 겐고로라고 하면, 그간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 책은 없지만 털이 수북하고 덩치가 좋은 근육질의 남자들, 소위 베어형 남자들이 나오는 BSDM 게이 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점잖고 상식적인 설명이고, 인터넷에서 좀 더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은 미노타우르스와 테세우스 신화를 재해석한 만화 “크레타의 암소”에 나오는 컷이 밈화된 “신의 아이를 낳아라”같은 쪽이긴 했다. 그래서 타가메 겐고로의 신작이 정발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떤 만화일지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만.

이 이야기는 가족의 형태, 살아가는 방식의 형태와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정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초등학생인 딸 카나를 혼자 키우고 있는 편부가정의 아버지 야이치에게 어느날 죽은 동생 료우지의 “남편”인 마이크가 찾아온다. 동생을 아꼈고 동생이 게이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 ‘다름’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야이치와, 세상 떠난 사랑하는 사람의 추억들을 되짚으려 일본에 온 마이크, 그리고 캐나다인 고모부가 신기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카나는 3주간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함께 하는 날이 계속될수록 야이치는 자신이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마이크는 죽은 료우지의 친구, 그리고 이웃의 남자아이를 통해 일본에서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과 배척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한편 삼촌을 자랑스러워하는 카나는 주변 사람들이 마이크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에 대해 느끼게 된다. 카나는 마이크를 통해 외국에서는 동성끼리도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야이치의 걱정과 달리 편견없이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 카나의 조숙한 친구 유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결혼을 반대하고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으며, 같은 성별이라는 이유로 그러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오직 게이 커플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야이치는 이혼남이고, 전처인 나츠키와는 친구처럼 지내며 때로 카나를 위해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도 남아있지만, 이 관계는 이혼해 놓고 밀당하고 간보는 게 아닌, 종료된 상태다. 대놓고 차별을 받진 않지만, 카나의 담임의 뉘앙스에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서, 야이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정 형태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야이치는 사람들의 마이크에 대한 편견을 통해 자신 역시도 올바른 가족에 대한 틀에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타인의 편견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자각한다. 직접적으로 괴롭히고 배척하지 않더라도, 그 주제를 피하려 하고 침묵하고 없는 존재 취급하는 것 역시 차별임을 이 만화는 꽤나 직접적으로 지적한다. 이것을 받아들인 다음에야 야이치는, 죽은 동생의 결혼 사진을 직시하고, 마이크의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졌던 자신이 형인 야이치에게는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을 슬퍼했던 료우지를 이해하게 된다. 죽음 뒤에야 이해와 후회와 함께, 죽은 가족을 매개로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훌륭한 변주이기도 하다.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