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육아의 비밀

영국 육아의 비밀 – 에마 제너

일하는 엄마의 아이로 태어났으니 애착육아니, 하루 세시간은 엄마와 놀아야 한다거나, 세 돌 까지는 어린이집에 가지 말고 엄마와 24시간 밀착해야 아이가 잘 자란다거나 그런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었고. 그것도 네 복이려니, 인내심을 갖고 일하는 엄마와 호흡을 맞추며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긴 한데, 한국 육아책은 유난히 그 애착 육아를 강조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게 문제였다. 전통 육아에다가 미국식 애착육아가 더해지면 엄마의 책임이 너무 막중해졌다. 이런 건 애를 키우다가 엄마가 돌아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첫째 출산을 앞두고는 “프랑스 아이처럼” 을 읽었다. 그때 읽으면서 메모했던 것들을 지금 보다 보면 우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다. 카드르 같은 건 무척 쓸모가 있었지. 갓난아기 때 부터 “기다리라”고 말을 거는 것은 꽤 효과를 보기도 했다. (지금도 계속 쓸모가 있다) 물론 미국인이 본 프랑스 육아라는 것의 한계는 있었다. 엄연한 현실인데 너무 환상을 덧씌우는 느낌.

첫째를 낳고는 일본 육아나, 전 세계의 육아 인류학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둘째 출산이 다가오는 지금은, 영국 육아책이 알라딘 대문에 떠 있다. 결국 이런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잘 팔리는 것은, 자신의 문화권에서 자신의 성장과정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은 아닌가,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과 육아의 아웃소싱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상황에서 현실에서 애착육아의 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했다.

근본적으로는 3년 전쯤 서점 육아책 코너에 유행했던 프랑스 육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큰 틀 안에서 규칙을 지키게 할 것, 시간을 정하고 움직일 것, 다 받아주지 말 것, 자립심을 키우게 할 것, 밖에 나가서 뛰놀 시간을 갖게 할 것(심지어 비가 온다고 해도, 우비를 입혀서 같이 나가 노는 것도 권하고 있다). 이 책의 단점은 이런 류의 책 치고는 묘할 정도로 술술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지만(그렇다고 학술쪽 책 처럼 명료한 것도 아니다. 배배 꼬인 영국식 유머가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번역의 문제인지.) 다른 유럽식 육아책들을 뛰어넘는 장점도 있다. 책 내용을 그대로 몇 페이지로 요약한 체크리스트가 제공된다는 것. 죽 눈으로 읽으면서, 꼬꼬마를 키우면서 잘 했던 부분과 개선할 부분을 한 번 정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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