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이웃들이 보이지 않는 동네

아파트 단지로 이사오고 나서 하나 달라진 게 있다.

출근 시간에 같은 복도를 공유하는 이웃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는데, 몇달동안 다문화가정 아이나 결혼이민여성을 한 명도 못 마주친 것 같다. 새삼 깨닫고 처음에는 놀랐고, 다음으로 당황하고, 그 다음으로 좀 씁쓸했다. 원래 살던 빌라동네에는 이웃에 결혼이민여성이 계셨고, 주차장에서 애들이 모여서 놀 때 (아마도 엄마의 모국일 듯한) 다른 아시아 국가의 국명으로 불리던 조금 까무잡잡하던 아이들이 몇명 있었다. (우리 집은 2층이어서 창문을 열면 다 들렸다) 그 전에 살던 낡은 변두리 아파트 단지에는 그나마 젊고 직장교육 때 AED 사용법이라도 배운 우리가, 맨날 젊은 사람이 어떻다고 뭐라고 하시는 옆집 할머니의 안부를 걱정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앞집 옆집 윗집 아랫집에 노인 뿐이었다. 그런 풍경의 변화가 내 탓일 리는 없겠지만, 어떤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린다.

지금 이사 온 동네도 그저 내 예산 안에서 동네 아이들 말씨가 가장 멀쩡한(…..) 곳이어서 온 거지 뭐 어마어마하게 괜찮은 데는 아닌데….. 근데 동네 놀이터나 단지 근처 체육공원에 아이들이 그득한게 낯설 때가 있다. 전에 살던 데들도 교통은 편했지만, 놀이터가 없거나 있어도 아이가 없고 놀이기구는 다 망가져 있거나 했었으니까. 가끔은 그런게 의미심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괜찮은 걸까, 이 모든 풍경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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