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 사태에 대해서, 레진에서 많이 활동하는 몇몇 유명하고, 매출이 높으며, 더러는 사회정의에 대해 이야기하던 남성 작가들이 다른 작가들이 죽어가는 소리를 내는데 RT 한 번 없이 딴소리만 하는 것에 대해 불만 가진 작가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당장 자기 일이 아니라도 넓게 봐서 우리의 일이면 연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당장 자기가 속한 곳의 일이라도 자기 발등에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그냥 넘어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연대하는 정도는 모두가 다르다. 누구나 송곳이 될 수는 없고 누구나 이수인 과장이 될 수도 없다. 느슨하게라도 연대하는 사람이 우리의 동료라고 인식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발등에 떨어지기 전까지 연대하지 않는 사람도 동료다. 사측 편을 들며 프락치짓을 하거나, 남초덕후사이트에 가서 그런 일을 고발하는 여성 작가들에게 비수를 꽂는 소리만 해대지 않는다면 그들이 남의 편일 리는 없겠지. (물론 언제나 그렇지만 프락치는 조져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다만 그런 사람 -그런 일에 힘을 실어줄 만한 인기와 발언권과 매출을 가졌으나 다른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겪을 때 한 번도 나서지 않은 사람 – 들이, 이 일이 마무리될 무렵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것을 경계하면 된다고, 그리고 그런 사람이 언젠가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려 할 때만 그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런 사태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냈던 작가님들, 그 독하고, 일 할 줄 알고, 싸울 줄 아는 여자들이 협회 같은 데서 한 자리씩 차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옆에서 다른 작가가 정당하게 일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병들어 누워 있는데도 부당한 지각비를 뜯기고, 어머님이 돌아가신 그 날 아침에 지각비 서류를 요구받는 이런 일들에 대해 눈 감고 나는 몰라요 웅앵웅 하던 사람들 말고. 움직이고 이야기를 정리하고 알리고 더러는 법률적인 대책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언젠가 우리의 대표가 되어서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할 수 있었으면.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