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검

“아리아드네의 검” 완결

저는 중학생 때, 처음으로 셜록 홈즈 팬픽을 썼습니다. 그때 주인공이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그의 상관의 따님이었죠. 말하자면 “쁘띠 안제”같은 느낌으로 사교계의 보석도둑 같은 걸 잡는 젊은 마이크로프트가 나오는 이야기였고요. 그 이야기가, 세월이 흘러 “레이디 디텍티브”가 되었습니다. 물론 시작이 그랬다보니, 마이크로프트가 모리어티가 자기 친구인 줄 착각한 채로 리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활약하는 이야기도 사실은 더 있었어요.

어쨌든 이야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후일담 4컷만화에서 마이크로프트는 Her Majesty’s Secret intelligence Service, 한마디로 말해 여왕폐하의 비밀정보국의 수장이 되어 있었고, 그 비밀정보국의 대외적 이름이 바로 디오게네스 클럽이었는데요. 뭐,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사실은 정보국장이고 디오게네스 클럽이 그런 비밀 스파이 키우는 데라든가 하는 이야기야 여기저기서 셜록홈즈의 오마주로 이미 많이 한 이야기니까 – 심지어는 트리니티 블러드에서도 디오게네스 클럽이 나오잖습니까. 와오. 어쨌든 제게는, 레이디 디텍티브의 뒷이야기가 더 많이 있긴 했어요.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정보국장이 될 때 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레이디 디텍티브의 끝부분에서 셜록 홈즈가 10살이었는데, 이 셜록 홈즈가 27세에 닥터 왓슨과 함께 저 유명한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에서 살게 되거든요. 예, 바로 그 리지네 집에서 일하다가 알부자인 허드슨 씨와 결혼했고 과부가 된 제인 허드슨의 집 말입니다. 그 무렵에 리지와 에드윈의 딸이 나오는 이야기도 생각하는 게 있었고, 기타등등.

그런 이야기를 다 풀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학동아에서 수학만화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아리아드네의 검. 단행본이 나올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혹시 궁금하시면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주시고요. 역시 단행본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아서 조금 네타를 하자면 그런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재무부 공무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빅토리아 여왕과 총리 글래드스턴의 명을 받아 일하는 수학자인 마이크로프트가, 빅토리아 여왕의 가장 사랑하는 딸이자 막내 공주인 베아트릭스의 수학 가정교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폴레옹 3세 사후 제위를 잃은 채 영국으로 온 외젠 황태자와의 혼담, 외젠 황태자를 프랑스의 꼭두각시 국왕으로 만들려고 하는 모리어티의 음모 같은 게 나오는 이야기였고요. 아, 물론 매달 하나씩 수학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수학만화니까 그게 제일 중요하죠.

그렇게 하여서.

마이크로프트는 차분기관 연구를 통해 적국의 암호를 분석하는 정보국 국장이 되었고. 그리고 아마도 저의 머릿속 망상으로는 언젠가 은퇴 직전에 앨런 튜링과 만나는 날도 오고! 뭐 그렇게 되겠지만.

말하자면 레이디 디텍티브와, 그 책 후기만화 사이의 어떤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역사에는 없었지만 레이디 디텍티브에서는 나왔던 런던 연쇄 화재 사건이나, 그때 범인을 잡기 위해 활약한 여류 소설가의 이야기가 짧게 나오거나 하는 식으로요. 미궁과 미로에 대한 이야기들, 그리고 아리아드네가 전해준 두 가지 물건 중 실꾸리(clue)가 아닌 검. 이것저것 취향의 것들을 잔뜩 쏟아넣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 마지막화가 담긴 잡지가, 오늘 도착했어요. 남기영 작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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