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왔지만

도쿄에 왔지만 – 다카기 나오코, 아르테팝

작년에 읽었던 “뷰티풀 라이프”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새로 구성, 만화보다는 그림이 들어간 에세이의 느낌으로 만든 형태다.

솔직히 말하면 읽는 내내 “어쩐지 좀 재미가 없네, 전에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느낌인데 더 빈약해”, 그렇게 생각하고 투덜거리며, “역시 젊었을 때 고생했던 이야기는 그게 좀 더 리얼하게 들릴 때 해야지, 나이들어서 하면 꼰대질만 된다니까.”하고 생각했는데.

반전이 있었다. 국내 출간 기준으로는 이 책이 최근에 나온 쪽이지만, 애초에 작가가 쓰고 그려 일본에서 책을 낸 시점으로는 이 “도쿄에 왔지만”이 한참 빠르다는 것. (원서 기준 “도쿄에 왔지만”은 2004년, “뷰티풀 라이프”는 2008년 작이다.) 그렇구나.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이쪽이 일러스트레이터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 같던 그림일기, 에 가깝다면, “뷰티풀 라이프”는 만화로서의 연출에 좀 더 익숙해진 뒤에 나온 책이라는 것. 거의 같은 내용이지만 둘을 비교하면서, 같은 대목이 어떻게 연출되었는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내용으로 보자면 이쪽의 고생담이 좀 더 날것으로, 덜 낙천적이게 그려져 있는 구석이 있었다. 그 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PS) (2022.07.02) 홈페이지 정리하다가 생각나서 추가하는데, 다카기 나오코의 에세이는 점점 행복해지다가, 40세가 넘어서 결혼을 하고, 첫 아이가 태어난 뒤 더는 신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작가는 이제 작가의 이야기를, 쓸쓸한 맛이 나는 웃음으로 넘기지 않아도 될 만큼 행복해진 건가. 아니면 역시 육아가 고되어서 다음 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걸까. 늦은 나이에 아이가 태어났으니 아이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 육아에 전념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라도 작가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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