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문하생 허초롱”이 나오지 않기를

전진석 작가 사건의 결과를 밝힙니다.에 붙여, 허초롱 작가와 그녀의 결정을 응원한다.

예전에 “리얼터”의 후기만화 일부를 보고 굉장히 쌔했던 적이 있었다. 김현희 작가와 전진석 작가의 작업 프로세스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때 김현희작가에게 물어봤으면 뭔가 달라졌을까. (마침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화의 날에 허초롱 작가도 처음 만났었고) 뭐, 그때 물어봤으면, 아마도 못 받아들였을 수도 있을 거다. 그때는 전진석을 훌륭한 중견이라고 생각했고……

그래도, 가끔은 물어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화에서 문하생과 어시는 혼재되어 쓰이지만, 실제로는 좀 구분이 되는 개념이다. 어시스턴트는 스탭이고 문하생은 일종의 도제니까. 그리고 문하생은, 만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들이 생기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여튼 스승에게 기술을 배우며 데뷔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도제라고 해도 실력이 있으면 스승과 상관없이 데뷔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은 사실이다. 그러니 “어떤 요구가 있었더라도 자신의 실력으로 데뷔하면 된다”….. 고 간단히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이미 본초비담 때 나온 거고.

“재능있는 작가이지만, 아직 어린 여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착취당하기 쉬운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많고. 그래서 데뷔를 목전에 두고, 혹은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길을 그만두는 재능있는 여성 작가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본초비담과 이 건 때문에 좀 놀랐던 게. 지킬 게 있는 사람은 덜 그럴 줄 알았다. 그런 건 지질하고 지킬 게 없는, 신인을 착취해야 자존삼을 겨우 건질 수 있는 못난이들이나 하는 짓인 줄 알았었다. 적어도 작가이자 강사로서 이름을 날리고,수많은 웹툰작가들이 그의 강의를 수강했고, 대학에서도 강의를 하고… 그런데다가 이름높은 스토리작가니까, 여튼 그림을 그리는 쪽보다 몇 배는 많은 결과물과 인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대체 왜?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허초롱 작가가 느꼈을 압박과 무력감과 공포는 정말 대단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찌질한 업계선배”가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앞길을 막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도, 네깟놈이 그럴 수 없다는 걸 뻔히 알아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상대가 그런 잘나가고 대단한 사람이라면, 한참 어린 작가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처음에는 그게 잘못된 것인 줄 설령 몰랐다고 해도,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 다음번에 쌔한 걸 봤을 때는 뭐가 되었든 물어는 봐야 할 것 같고. 아니, 그런 것 볼 일 없길 바라지만. 정말 안 보고 싶어. 제자든 문하생이든 어시스턴트든 어떤 이름이라도 후배 여성작가를 착취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고, 어리고 사회경험이 부족해도 그런 업계선배한테 털리는 것도 보고 싶지 않아……

ps) 그건 그렇고 한겨레문화센터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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