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머리야

한국인 남자 외의 존재를 인격체로 다루지 못하는 “거장”이라니.

김훈이 “여성을 잘 알지 못하면서 사물화한다”는 비판에 밝힌 입장

만약 어떤 “거장”이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투르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여성은 인류의 반이고, 저 사람은 결혼도 했는데, 어째서 인식수준이 저것밖에 안 될까. 여성인 그 아내는 평생 인격체로서 대접을 받긴 했을까. 인공지능이나 외계인도 나와 같은 인격체로 가정하고 시작하는 세계에 살던 사람에게는 저 사람은 그냥 “19세기에 태어났으면 노예제도의 정당함을 주장하고 다녔을” 사람이고 거장이나 문호는 고사하고 문명인 반열에도 못 오를 사람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김훈은, 이제 역사와 시대가 아닌 판타지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해서 더욱 황당하다.

소설가 김훈 “역사·시대 벗어나, 판타지 같은 글 쓰고 싶다”

“판타지라든지 상상의 세계로 끝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으시다는데, 같은 인간도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못 다루시는 분이 인간 아닌 존재들은 대체 무슨 수로…… 문단쪽 작가들은 판타지가 동네 북이나 뭐 그 비슷한 걸로 보이나…… 아니, 일단 인간 아닌 존재들에 인격도 있고 인간보다 더 뛰어날 수도 있으며 모습이 인간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못할 것 같은데 무슨. 인간도 인간 취급을 못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김훈이라면 내가 종종 상상하고 혼자 좋아하는 거대 제리뽀에 촉수 세 개 달린 호기삼 많은 외계인 같은 걸 저 분이 만나면 일단 죽여버린 뒤 ” 죽은 외계인의 틈새는 여자의 몸처럼 촉촉하고 끈적하고 어쩌고 할 것 같다.”(한숨)

와, 나 김훈풍(……) 외계인 나오는 SF 소설 매우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괴로워하는 중이야;;;;; 죽은 외계인을 만지다가 문득 그 촉감이 여자의 안쪽 같으며 그것은 대지모신…. 우주의 신비…. 외계인-여체-우주로 이어지는 심상… 왜 난 이런걸 상상해서 고통받고 있나. (그리고 고통은 나누면 1/N) 아니면 이런 것도 가능하겠지. “웜홀의 입구로 들어서며, 나는 처음으로 여자의 몸을 탐하던 순간을 생각했다. 단숨에 생명의 근원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촉촉하고 아득한 순간. 어디선가 갯벌 냄새가 났다” 라든가.

그렇게 웜홀에서 여체를 느끼고 죽은 외계인에게서 대지모신을 느끼며 주물주물 하다가 결말은 “그렇게 우리는 한 우주를 죽여버렸다” 같은 걸로 하면 “문단”에서는 우주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라고 빨아줄 거라는 데 오늘 저녁밥을 건다. 그런 걸 쓰면 한국 문단은 거장의 신선한 도전이라고 칭송하며 복거일의 뒤를 이어 SF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하고, 듀나, 김보영, 배명훈, 곽재식 등은 상큼하게 날려먹으려 들고, 한동안 한국 문단에는 아재 SF가 유행하려 들겠지. (웃음)상상만 해도 괴로워서 숨지겠다.

이 미친 썰의 결말은, 그래서 그해의 SF어워드 대상을 곽재식이나 김보영의 신작이 아니라 김훈이 받아가는 정도의 악몽으로 끝내도록 해야겠다. (웃음) 쓰고도 내가 다 괴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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