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 시작하자마자 보게 되어 지금까지 매주 기다리며 읽고 있는 웹툰. 중전에게 살해당한 국왕, 여왕으로 즉위한 중전, 그리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진다.
일단, 중전이 어떻게 왕이 되느냐, 정통성은 어찌 하느냐, 어디에 군 자 붙은 다른 왕손이 단 하나도 없느냐, 정말 씨를 말렸느냐. 따지면 끝이 없지만, 그런 문제는 이 만화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만화의 배경은 조선과 무척 닮았지만, 조선이라고 간주하고 보면 근본부터 정통성에 문제가 생길 만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그냥 조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보는 게 편하다.
어린 여혜는, 큰 집에 살며 가끔 자신을 찾아오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오빠인 현야와 함께 살고 있다. 오빠의 친구인 다정한 충학(의원 댁 아들)과 심술궂은 듯 보이지만 자상한 교연(역관의 아들)에게 조금 두근거림을 느끼기도 하면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 어린시절은, 일가족이 살해당하며 끝장나고 만다. 그리고 교연이, 자신의 눈 앞에서 오빠를 살해하는 것을 보고 여혜는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궁에 있었고, 공주마마가 되어 있었고, 곤룡포를 입은 낯선 남자가 자신이 왕이며, 여혜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자신이 아버지라고 믿었던 사람은 숙부였으며, 오빠인 현야는 숙부의 아들이자 세자였고, 자신의 친아버지는 왕위를 찬탈했다. 그리고 왕은, 아들이 없는 대신 중인 출신의 교연을 세자로 삼고, 하나뿐인 공주인 여혜를 빈궁으로 삼가, 자신의 핏줄로 왕위를 잇는 일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 모든 행동에는, 형제를 죽이고 왕이 된 수신군과 그의 형이자 살해당한 국왕 충위군, 그리고 충위군의 정인이었으며 수신군의 아내가 된 수연의 관계와, 수연에 대한 수신군의 미친듯한 집착이 얽혀 있었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었기에 수연은 자신의 비참한 결혼생활의 증거나 다름없는 딸을 왕으로 즉위한 충위군에게 맡기고 자살한다. 그 딸을 되찾기 위해 수신군은 형제를 죽이고 왕이 된다. 여혜를 지키기 위해 교연은 분투하지만, 여혜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와 교연에 대한 복수이고, 또한 다시는 쫓기지 않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내의원 의관이 되어 그녀의 앞에 나타난 충학이 돌려준다.
“마마께서 왕이 되시면 됩니다.”
여기에 첫사랑의 소년이자 오빠의 원수인 교연에 대한 애증과, 후사 문제, 정치적인 입장 문제가 얽히며 이야기는 흡인력있게 얽혀들어간다. 정석적인 치정과 복수를 따라가고 있으나, 궁중이라는 배경은 이런 문제를 개인적인 갈등을 넘어, 정국의 면으로 보여준다. 기본적인 설정상의 문제들이 조금 보완된다면, 팩션 드라마의 원작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조금 배경 쪽이 허술하던 작화가 점점 완성되는 것도 일품이고. 레진에서, 초반부의 그림을 좀 더 다듬고,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가에게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면 어땠을까. 때로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편집자의 일이라는 점에서. 그랬다면 초반의 스토리나 연출이 빈틈없이 다져졌을 것이고, 완성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갔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