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엄마를 미워해도 될까요 – 다부사 에이코, 윤지영 역, 위즈덤 하우스

트위터에서 단순한 그림체, 그러나 미묘하게 폐부를 파고드는 만화 몇 컷을 보았다. 엄마는 성의있게 애에게 한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 성의가 아니라 폭력이었던 상황.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그런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과 “변덕”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아이는 비난을 받고, 어머니는 자신이 일방적인 피해자인 듯 굴며, 아버지는 그 아이를 못된 아이로 취급한다. 아이는 성장과정 내내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괴로워한다.

무엇하나 자신의 뜻대로 고를 수 없었다. 엄마를 실망시킬까봐 두렵고, 혹시라도 두려움을 이기고 선택을 하면 엄마에게 보복당한다. 견디지 못하고 엄마에게 덤벼든 적도 있었지만, 어른이 될 때 까지 인간관계도 제대로 형성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까지 엄마와 싸우기만 하던 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엄마와 편을 먹고 주인공을 핍박한다. 그로 인해 인간관계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사귀고 동거하고 결혼한 남자에게도 마치 예전의 자기 어머니가 그랬듯이 화를 내던 주인공은, 마침내 임신을 하게 된다.

부모에게서 “저주를 받은” 아이는, 엄마와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아이에게 그런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과에 찾아간다. 정신과 의사는 그녀가 어처구니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왔으며, 탈선은 그 부모 밑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이었다며 그녀를 위로한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씩, 화를 내려는 자신을 다스리고, 부모와도 친근한 관계를 맺진 못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고 성장해 나간다.

읽고 싶었다. 그건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세이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우리는 이 책을 함께 읽었고, 작가의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우리들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비추어 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테면 세이의 아버지가 그 전까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다가, 둘이 함께 세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된 계기라든가, (그 집도 그렇게 변하게 되기 1년쯤 전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끼얹는 수치심과 무력감이라든가. 나의 어머니는 이 정도로 상식 밖의 행동으로 나를 부끄럽게 하진 않았지만, 이중구속으로 나를 무척 힘들게 했고 그게 내 정신에 꽤나 데미지를 입혔다거나. 나의 아버지는 자식을 저주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했고 내가 성공하기보다는 돌아온 탕아가 되기를 바랐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짧지만,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 부모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내 주변의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권하고 싶은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괜찮다. 우리는 그림자와 싸워서 이겼고, 부모의 저주와 맞서 싸웠으며, 엄마 없이도 잘 살아갈 것이다, 라는 믿음을 조금은 되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했고 아직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혼자 있을 때 읽기에는 무척 고통스러운 만화책이다. 나는 세이와 함께 읽고 의논하고 우리가 이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었지만, 혼자서 읽었다면 나도, 아마도 데미지를 좀 입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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