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한 종족의 평화의 표식을 적대 종족에게 건네려 하다가 공격을 받았고(셔츠도 찢어졌고), 스팍은 끝내 전해주지 못한 해당 평화의 표식(고대 무기의 기동부)을 라이브러리에 보존해 두었다. 엔터프라이즈의 팀웍은 완벽하지만, 전작에서 이어졌던 커크와 스팍의 과거가 조금 그늘을 드리우는 가운데, 엔터프라이즈는 요크타운에 들어선다. (물론 어딜 가도 불만이 많은 본즈는 부서질 스노볼 같다고 악담을 하며 내리는데……) 엔터프라이즈로서는 간만에 맞는 휴식이며, 술루는 남편과 딸과 재회한다. 스팍은 중장 진급 예고를 받고, 스팍은 스팍 대사의 죽음에 대해 듣고, 유품을 전달받으며 자신이 뉴 벌칸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고민에 빠진 채 우후라에게 작별을 예고한다.
한편 이 시기, 한 우주선이 요크타운에 구조신청을 한다. 엔터프라이즈는 그 요구조건에 맞았고, 커크와 크루들은 그녀를 따라 성운으로 들어갔다가 공격을 받고, 행성으로 추락한다. 크루들은 탈출하지만 상당수가 죽고, 탈출한 대부분은 적에게 생포된다. 이 과정에서 적이 노리는 것이, 라이브러리에 보존된 무기의 일부임이 밝혀진다. (이 탈출셔틀은 비기닝에서는 없었던 것이다.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트리비아를 보니 조지 커크의 전사 이후로 추가된 기능이라는 듯) 부상을 입은 채 적의 우주선을 몰고 불시착한 본즈와 스팍, 그리고 스카티와 커크와 체콥을 제외한 다른 크루들은 다 나포되거나 사망한 상태. 이때 엔터프라이즈가 마치 오븐에서 잘못 꺼낸 불타는 피자같은 꼴로 떨어지는데, 엔터프라이즈는 뭐 원래 부서지라고 있는 아름다운 우주선이니까 보는 나야 그러려니 하지만 스카티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싶었다.
그러나 몽고메리 스카티에게는 곧 새로운 장난감이 주어지지. ^_____^
스카티는 제이라(소피아 부텔라다!!!!!! 킹스맨에서 가젤 역 맡았던 그 배우다.)와 만나고, 그녀가 “내 집”이라고 부르는 USS 프랭클린, 워프 4급엔진이 붙었고, 예전에 실종되어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타플릿 함선을 함께 수리하게 된다. 이 무슨, 덕후 개발자를 넥슨 컴퓨터박물관에 강제 납치한 것 같은 전개란 말인가.
그리고 제이라의 덫에 걸렸던 커크와 체콥이 합류하며, 이들 일행은 이 프랭클린을 이용하여 중상을 입은 본즈와 스팍을 먼저 데려오고, 나포된 다른 크루들을 구출할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서 본즈와 스팍이 이번 영화의 개그를 모조리 담당하게 된다. 스팍은 본즈가 자기 목숨을 구해주는데도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고, 본즈는 “혼자 죽진 않겠군”하고 중얼거리는데 스팍 먼저 프랭클린으로 트랜스워프되어 버린다거나. 크루들이 잡혀있는 곳이 저기가 맞는지 고민하는데 스팍이 “우후라에게 준 목걸이의 방사선”을 검지해 보라고 하자 본즈가 “여자친구에게 방사능 물질을 줬다고?”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잠깐, 그 목걸이는 스팍의 “어머니의 목걸이”라고 했고 “벌칸 행성의 돌”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그 목걸이는 사렉이 자기 아내에게 선물했다는 것일 텐데. 사렉 이 벌칸…… 이성적인 벌칸 좋아하네!!!!!! 여튼 둘이 이번 편의 개그는 전부 도맡아 했다. 그것 말고 기억나는 개그는 스카티가 그 와중에 홍차 마시고 있는 것 정도였을까. 아이고, 영국인이여.)
한편 나포된 크루들 중에는 술루와 우후라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실 술루가 우후라보다 계급도 높으니까, 이 상황에서 술루가 크롤과의 교섭에서 이들 크루들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더라도 어색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후라가 그 대표격인 입장을 뭍았고, 커크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했을 법한 대사를 치며, 크롤을 도발하고 그의 정체를 간파하기도 한다. 이렇게 단체로 납치되었을 때, 수많은 창작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인질로 잡혀 고통받아 “그들이 감추고 있던 비밀”을 결국 꺼내놓게 만드는, 소위 “발목 잡는 캐릭터”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발목 잡는 캐릭터”의 역할을, 의외로 술루가 맡게 된다. 우후라가 납치되어 있고, 스팍이 자신의 연인이니까 부상을 무릅쓰고 구하러 간다는 전개는 있지만, 우후라는 커크가 “아버지가 타던 것과 같은 기종의 모터사이클”을 몰며 종횡무진 적을 교란하는 사이 스팍이 있는 데 까지 제 발로 나온다.
그리고 아, 저, 민메이 어택.
……이쯤 되면 민메이 어택에 당한 외계종족 목록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여튼 커크와 크루들은 USS 프랭클린을 몰고 나와 요크타운을 공격하는 크롤과 맞서고, 민메이 어택이라고 설명해야 할 만한 방식으로 적의 대부분을 물리친다. (정확히는 VHS로 적의 신호를 교란하는 것이긴 한데……) 그리고 요크타운 내부까지 들어간 크롤과 다른 두 기의 전투기를, 프랭클린 함으로 들이받아 멈추게 한다.
커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물학 무기로 요크타운을 날려버리려던 크롤을 막고, 크롤과 프랭클린 함과 관련된 케이스는 정리된다. 커크는 중장으로 승진하면 함장으로 우주에 나갈 수 없으니 “그게 무슨 재미입니까.”하며 승진을 거절하고, 스팍은 스팍 대사의 유품을 살펴보던 중 그가 크루들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며 남기로 한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가 다시 건조되며 엔딩. 요 직전에 커크가 죽은 크루들을 위해 추도사를 하는데, 그때 체콥(안톤 옐친. 개봉 얼마 전 사고로 사망했다)을 화면 가운데에 비춰준다. 크레딧 올라가면서 레너드 니모이와 안톤 옐친에 대해 짧은 추모가 마지막에 떠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신나고 흥겹고 옛 TV 시리즈 두 편 이어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제이라의 맹활약이라든가, 우후라가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라든가, 인원 비중으로 치면 예전 시리즈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 오히려 “낡은” 태도가 되어버린 게 사실이긴 한데, 질적인 측면에서는 헐리우드 SF에서 활약하는 여성 영웅의 패턴을 더 늘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하나 더. 히카루 술루는 언제나 그렇듯 준비된 함장인데(함장 대리를 맡으라고 하면 “여기가 원래 내 자리였어” 스런 표정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곤 하지. 게다가 처음 보는 우주선을 몰 수 있냐고 물으도 “농담이시죠, 함장님?”하고 여유만만하게 몰아보이는(게다가 그의 사랑하는 가족이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도), 커크가 함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으니 중장 승진도 거절하는 장면을 그대로 술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기 인생 계획 짱짱하게 세워놓고 그대로 인생행보 밟아나가는 계획성 좋고 머리 좋고 손재주도 좋고 야심도 있는 남자의 앞에, 영원히 함장을 그만 둘 생각이 없는 똥차…… 아니, 똥차는 아니지만 여튼 차 한대가 길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잖아. 음.
그러고 보니 스타트렉 : 다크니스가 2013년 영화였다니. 세월 정말 빠르다 싶다. 🙂
ps) 오늘 영화보러 갔다가 기분 나쁜 일이 좀 있었다. 내가 앉아 있고, 한 칸 건너 옆에 다른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두어 줄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굳이 여기로 와서 나와 그 여자분 사이에 와서 앉는 것이었다. 앉자마자 다리 쩍벌은 기본이고! 뭐 이런 개저씨가 다 있는지! 영화 시작 직전이었지만, 다행히 평일 오전이라서 빈 자리가 많았고, 나도 그 여자분도 얼른 다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니, 그런데. 영화 보러 와서 굳이 낯선 여자 둘 사이에 끼어 앉고 싶은 개저씨라도 트레키일 수는 있잖아. 근데 이 아저씨는 그냥 잤음. 심지어는 스팍이 우후라의 목걸이 이야기를 하고 본즈가 기겁하는 그, 영화를 보던 사람 대부분이 폭소를 터뜨린 시퀀스에서조차 자고 있었음. 얼마 전 스타트렉 시사회 끝나고 어떤 남자는 “여자가 진정한 스타트렉 팬일 리 없고 다 배우 팬일 것이다”라는 식으로 글을 쓰던데, 어떤 남자는 스타트렉을, 여자들 사이에서 낮잠 자러 보러 오고 말이죠. 나오다가 직원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직원도 인터넷에서만 본 이야기가 여기서도 일어나다니 하고 좀 당황해 했다. 그렇다고 영화 시작 전에 이걸 체크할 수도 없고. 그런 사례가 있거나, 혹은 영화관에서 성희롱 당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의자 밑에 호출 벨을 다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다른 관람객에게 폐가 된다”고 클레임 넣는 사람이 없을 것 같질 않으니 영화관에서 쉽사리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닐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