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SNS에서 계속 이야기가 나오던 만화가 있다. 레진코믹스에 연재되는 “단지”다. 작가가 필명과 그림체를 감추고 연재하고 있는, 가족의 어두운 부분을 다루는 에세이 만화. 아예 대놓고 어디가 부러지게 때리거나 진단서를 끊을 수 있는 종류의 폭력이 아닌, 가족들 저마다의 스트레스나 폭력성이 가정의 가장 약한 자를 향해 쏠려서, 한 사람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는 만화. (그리고 많은 경우 아들은 그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로 장녀나 중간에 끼인 딸에게 쏠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잘못되었나. 내가 집안의 검은 양인가. 내가 없으면 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들을 위한 만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다룬 1부도, 다른 사람들의 실제 사연을 받아서 그린 2부도 모두 마음이 아프다.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자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원가족들의 사과나 화해가 아니다. 그런 것을 원한다 한들 “난 기억이 안 난다”로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고. 그냥, 적당히 거리를 두고 데면데면하게, 예의를 차리면서,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많은 숫자는 인정욕구에 발목을 잡히고, 그걸 스스로의 족쇄로 만들어서 고통받지. 이 만화를 읽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으면 좋겠다. 작가 본인이자 이 만화의 주인공인 단지는 이제 삼십 대 초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이상적인 원가족 대신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행복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