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야방 권력의 기록

랑야방 – 하이엔, 전정은, 마시멜로

지난 연초, 트위터 타임라인을 불타오르게 했던 중국드라마가 있었다. 그 중국드라마의 제목은 랑야방. 중국을 대표할만한 대륙미남들이 끝도 없이 나오기도 했고 브로맨스적인 요소도 많았지만,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복수와 용서, 그리고 권력을 향한 욕망과 경쟁을 침착하고 끈기있게 그려낸 드라마여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랑야방의 원작이 드디어 번역되어 들어왔다. 파란미디어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고, 나온다면 3권이 한번에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둘 다 예상 밖이없다. 가제본 검토 이벤트가 있었고, 그때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온 모양이지만, 결과물만 보면 번역도 매끄럽고, 표지도 품위있게 잘 뽑혀 나왔다. 드라마와 캐릭터의 해석이 좀 다른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이쪽이 원작이고 드라마야말로 파생된 작품이니 그것에 대해 불만을 말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고.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고, 등장인물들의 말투에 어느정도 구별을 지으려고 애쓴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오타도 몇 개 보였지만 많진 않았다. (도교를 도쿄라고 쓴 거라든가…… 내용을 잘못 파악할 만한 오타는 아니었다)

내용으로 보면, 드라마보다 더 마음에 두는 부분들이 꽤 보였다. 우선 소경예가 나오는 대목들이 좋았다. 랑야방의 주인공은 매장소이지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추력은 사실 소경예에게 있다고 보는데, 그 소경예의 이야기가 좀 더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경예와 예진의 관계도(기어다닐 때 부터 서로의 얼굴에 잇자국을 남겼다거나), 후반부를 위한 복선과 밑밥들도. 그 다음은 예황에게, 임수가 죽고 그 세월동안 다른 정인이 있었던 것, 그리고 매장소가 그 정인에 대해 알고 있으며, 적염군 복권을 통해 예황과 그의 떳떳한 앞날을 이루어 줄 마음이 있다는 것도. 하동의 캐릭터도 좋았다. 드라마만 봐서는 하동이 예황 또래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애매한 구석들이 있었는데 하동의 나이, 그녀가 예황에 대해 느끼는 애증과 동료애가 잘 드러난 점들이. 예왕이 진반약을 첩으로 삼고 싶어하면서도 그녀가 거부하자 딱 손을 떼는 것을 보며 “이 나라는 악당도 이렇게 젠틀한데 말이야”하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긴, 트위터에서 그 가제본 검토 중에 제일 많이 나온 이야기가, 예왕이 드라마 버전보다 천박해졌다는 이야기였는데. (막말을 한다거나) 적어도 1권까지는 여전히 우아해서, 드라마보다 딱히 상태가 나빠 보이진 않았다. 아니, 예왕의 캐릭터를 어떻게 잡더라도 이쪽이 원작이긴 하지만.

1권 부록으로 나온 화보집은 랑야방 팬들의 갈증을 풀어줄만한 화보들, 주요 인물들과 건물 전경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1권을 읽고, 화보집도 들여다보고 나니 2권과 3권이 무척 기대된다. 빨리 다음 권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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