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 마스다 미리, 권남희, 이봄

이 책을 읽고 집에 있던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전부 방출했다.

그동안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묘한 불편함의 실체를 알게 된 기분이라 더는 예전같은 마음으로 수짱 시리즈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은 수짱 시리즈도, 처음 두 권 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는, 계속 주인공이 징징거리기만 하는데 여기 어떻게 공감하라는 건가, 인간이라면 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을까, 이렇게 어리광 부리는 주인공을 보면서 독자는 어떤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 그런 생각들을 하며 읽긴 했다.

사실은 그래도, 이만큼의 공감을 모을 수 있는 작가니까, 데뷔까지의 과정이라든가 이것저것, 작가로서 궁금한 점들이 있었다. 아니, 사실은 사이바라 리에코의 “만화가 상경기”정도로 충격적인 것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싸워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니까.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것 따위 없었다. 징징거리고, 자신의 운 좋음을 자랑하고, 사실 나는 재능이 있었던거야 으쓱으쓱, 그렇게 일관하는 원 패턴. 그야말로 정신승리로 한 권을 채워낸 대단한 기획이었다. 그래, 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 행운에 딱히 감사하는 것도 아니고. 천진난만하게 자기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책. 어린아이라도, 이런 식으로 책 한권 내내 자기 자랑과 어리광과 정신승리로 사람을 압박하면 소리를 질렀겠지.

여튼 결론은 굿바이. 덕분에 책꽂이에 공간을 약간 확보할 수 있었다. 작가가 쓴 자전적인 이야기 치고 이렇게까지 남의 속을 긁는 게 있었을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 책을 읽고 정말로 작가가 “운 좋은 사람이 느긋하게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ps) 띠지에 “공부를 못했어도 작가생활엔 지장이 없구나~”라고 나와 있는데. 혹시 제 블로그에 굳이 오신 작가 지망생께서는 그런 말 믿지 말고 공부해 주셨으면 합니다. 계약서에 대한 것들, 세금에 대한 것들,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많은 것들을. 그게 당장은 티가 안나도, 그게 쌓이면 깊이가 되고요. 특히 계약서와 세금에 대한 것은 알아두지 않으면 언젠가 발목을 잡을 겁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은 법이니까요. 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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