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신인 그림작가를 위한…… 악당을 피하는 소소한 방법

사실 저도 프로가 된 지 아직 10년 꽉 채운 것도 아니고, 계속 새로운 매체와 방식들이 나오다 보니 언제나 쌩신인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긴 합니다만(물론 나이도 먹었고 경험도 쌓였으며 이런저런 산전수전을 겪으며 계약서 독해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하긴 했습니다) 진짜 쌩신인 분들을 위해 조금은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신새벽에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어요.

일단 지난번 언급했던 쌩신인 그림작가를 위한 “상태가 나쁘지 않은” 스토리작가 고르기 이후로 그림작가님들의 문의가 좀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에 웹툰업체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면서 그림작가님들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같이 일하자는 문의면 좋겠는데 그건 아니고. 주로 이러저러한 분이 스토리를 줄 테니 같이 일하자고 제안이 들어왔는데…… 하면서 상의를 하는 이야기죠. 예, 제가 애를 업고 있다 보니 바로바로 대답해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르면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에요.

그나저나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은 어쩌면 이렇게 천편일률 똑같은지. 누가 그런거 가르쳐서 내보내는 학원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이긴 합니다. 대체로 이런거죠.

  1. 내가 잘나가는 스토리 작가다…… 이긴 한데 만화로 낸 실적은 없이 판타지 쪽만 내신 작가님. (책 내신 분들부터 X피아 연재중인 작가도 있고. 근데 성함을 여쭤보면 대체로 뭔가 대박을 내신 작가님은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번에도 말했죠. 쌩신인 그림작가 앞에 세계구급 존잘님이 짠 하고 나타나는 건 요즘은 로설에서도 식상할 이야기입니다. 요새는 웹툰으로 이야기가 나가면 원작 매출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걸 노리고 일단 웹툰화하는 작품들도 있는 것으로 알아요. 뭐 그건 좋은데, 웹툰을 그냥 자기 소설의 홍보용으로만 생각하는 작가와 일하는건 글쎄요.)
  2. 나랑 웹툰을 하자. 내가 어디 PD랑 이야기해서 연재처 따오겠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계약을 글작가에게만 맡겨두지 마세요, 절대로. 선배작가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런거 없어요. 자기 권리는 자기가 챙겨야 합니다. 님은 도장찍는 셔틀이 아닙니다.)
  3. 내가 원작도 주고 연재처도 따왔으니 페이는 반반으로 하자. 혹은 4를 하겠다…… 근데 그림콘티 그거 먹는건가요 우걱우걱 (그림콘티를 짜진 않더라도 짤 줄은 아는 사람과 일하세요. 소설의 연출과 공간감과 만화의 연출과 공간감은 좀 다릅니다.)
  4. 내 원작을 내가 각색해서 콘티로 제공할 건데 내 원작비는 매번 고료에서 차감할 것이다…… (물론 원작비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고료에서 뗄 만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소설을 만화화 할 때의 원작비는 대개 어마무지하게 비싸진 않습니다……)
  5. 넌 나 아니었으면 데뷔도 못 했을 신인이 블라블라 (……그런 말을 하는 놈이 쓰레기죠.)

하지마세요.

말했죠? 지금 웹툰업체가 많이 생기면서 스토리작가는 많고 그림작가는 오히려 부족한 상황입니다. 웹툰으로 포털에 연재할 수 있을 만한 그림이고, 꾸준히 마감을 할 능력이 되신다면 더 좋은데서 더 좋은 조건으로 하실 수 있어요. 물론 4:6, 5:5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긴 있는데 그건 스토리작가가 기획과 담당을 겸하면서 그림작가를 스태프로 쓰는 경우 같은 거고, 제게 문의하신 분들은 그 케이스들은 분명 아니었고요.

그리고 작가가 데뷔를 시켜줘요? 뭐, 물론 그럴 수도 있겠죠. 편집부는 늘 좋은 작가들에 목이 말라 있고, 이미 검증이 된 다른 작가가 이 사람 괜찮다고 추천할 수는 있어요. 저도 가끔, 데뷔할 마음이 있는 야생의 존잘님들을 편집부에 소개하곤 하니까요. 저런 야생의 존잘님이 계신데 저는 저분이 원고료를 받으면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욕망으로 하는 짓이니까요. 물론 그 작가님들 대부분은 제가 소개한 걸 모릅니다. 알아도 크리스마스 카드 받는 정도예요. 아, 소개한 작가님이 상업지로 데뷔했을 때 좋은 작가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편집부에서 밥 얻어먹은 적은 있네요. 소개비를 받아요? 뭐, 그 작가가 에이전시를 차리고 그 에이전시에서 사람을 밀어넣는 거라면 모르겠네요. 근데 그런 거라면 그 작가와 정식으로 에이전시 계약을 맺으시는 게 맞죠.

그럼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방법이 있긴 한데, 편한 방법으로는 좋은 회사를 만나시면 좀 수월하겠네요.

말했지만 그림작가님이 부족하다니까요. 아니, 부족하지 않아도. 스토리작가는 한번에 세 편 네 편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림작가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렇다보니 업체에서도 그림작가님들 수요는 늘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리고 그 점 때문에 일부러 그림작가를 후려치기하는 놈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치, 운좋게 자기보다 잘난 여자와 사귀면서 그 여자에게 “나 아니면 너같은 거 누가 사귀어 주기나 할 것 같냐”고 계속 세뇌하는 놈들과 비슷하죠. 아이고, 그냥 나가 죽으라고 권하고 싶네요.)

에이전시와 계약할 때 기준이, 제가 웹툰 쪽 알아보려고 할 때 에이전시들은 어떻게 하나 몇군데 알아본 바로는 대개, 연재처에서 지불하는 회당 고료에서 에이전시 수수료 10%를 떼고 고료를 받으며, 연재고료 외의 전자출판이나 단행본 매출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단행본은 정가의 8~10%, 전자출판이나 수출이나 드라마화나 뭐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제반비용을 떼고 난 매출액의 50~70%를 받게 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여기서 글과 그림이 수익분배를 하죠. 물론 에이전시 수수료에는 작가를 관리하고, 글작가와 그림작가를 연결시켜주고, 연재처를 알아봐 주고, 홍보를 해 주는 등등의 비용이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2년 전에 알아본 것이니 현재와 조금 다를 수도 있긴 한데, 생각만큼 문턱이 높지 않으니까 가능하면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에게 좋은 업체를 물어봐서 일단 문이라도 두드려 보세요.

그리고 지금 웹툰 쪽은…… 불길한 생각을 하고 싶진 않지만 90년대 후반에 잡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별별 사람들이 다 뛰어들기 시작하고. 수상한 업체들도 생겨나는 게 당연한 일이겠습니다만.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 발을 빼버리는 것은 물론, 작가와 작품들이 공중에 붕 떠버려도 수습하지 않거나, 더 나쁘게는 자기들의 채무를 대신하여 그걸 다른 업체로 넘겨버리거나……. 별별 상황이 다 일어날 수 있죠. 그러니 시장이 확대된 지금은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작가와 작품을 소중히 여기고, 가능한 한 끝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선택하세요.

제가 참;;;;; 그런 사례 들을 때 마다 물 없이 고구마를 먹는 것 처럼 가슴이 턱턱 막힙니다만. 말씀드리지만 그런 자들은 일부니까 다들 힘내세요. 잘 모르겠는 것은 이미 데뷔한 다른 작가에게도 물어보시고, 카툰부머처럼 데뷔한 작가들이 있는 커뮤니티에 문의해 보셔도 되고요. (지망생만 있는 곳에는 유언비어가 많습니다) 확실히 문제가 있겠다고 생각하시면 만협과 상의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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