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시즌이 되어서 그런지, 안예모 같은 데서 또 멍청한, 아동학대를 조장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감히 말하는데, 필수 예방접종 두고 그러는 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알러지가 있거나 부모가 알러지가 심해서 의심스럽거나 첫 접종때 열이 심하게 났던 아이들은 의사와 상담 하에 지연접종을 할 수도 있고, 알러지가 심하면 접종을 못 할 수도 있다. (주로 달걀 알러지)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고, “아이의 일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거나, 심지어는 (하우스와이프 2.0이라는 책에 나온 일화에는) “서너살된 아이가 예방접종을 맞고 울면서 이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징징거리니까 아이 자신이 자신에 대한 일을 가장 잘 알거라며 예방접종을 더 안 하는” 웃기는 사례들도 있다는데.
흔하게 이야기가 나오는, 집단면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집단면역이 깨지면 홍역이든 수두든 그보다 더한 것이든 얼마든지 돌 수 있다. 하지만 접종 제 때 한 아이들은 대부분 살아남겠지. 안예모 같은 데의 글을 믿은 멍청이들의 아이들은 불행히도 좋지 못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건 멍청한 부모들에 의한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인권에 대해 딱히 생각해주지 않는 한국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에서도 아직 이것으로 아동학대로 기소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그 이야기는 빼고 가겠다.
내가 생각하는 더 큰 문제는, 필수 예방접종도 안 맞히고, 그래놓고 애들을 어린이집도 보내고 초등학교도 보내기 위해 증명서를 위조하거나 지연접종이라고 소견을 받으려 애쓰는 그들이, “필수예방접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왜 쓸데없는 예방접종을 하느라고 세금을 쓰느냐, 뭐 그런 이야기다.
선택접종 중에 당장 우리집 꼬꼬마에게 며칠 전에 접종한 것으로 로타바이러스 접종이 있다. 두가지 중 하나를 골라서 접종하게 되어 있고 가격 차이가 난다. 물론 많은 부모들은 “좀 더 비싸지만 좋은 쪽”을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엄연히, 그중 싼 쪽의 백신도 아이에게 주지 못하는 부모들도 있다. 백신에 들어있는 극미량의 수은이 아이를 자폐증으로 만든다고 주장하는 멍청한 안예모가 아니라, 정말 가난해서 못 맞히는 사람들 말이다. 예전에 폐구균이 필수가 아니던 시절에는, 워낙 비싸니까 그렇게 가난하진 않아도 못 맞히는 사람도 꽤 있었다고 들었다.
애 접종도 못 시킬 만큼 어려운 사람이 어디 있냐고? 니 눈에만 안 보이겠지. 정 안 보인다면 가까운 구청 복지과에라도 가서 물어보면 좋겠다. 우리동네에 생보대상자가 얼마나 있는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불행히도, 그 아이들은 많은 경우 더 일찍부터 공동육아에 노출된다.
사이비 의학이나 신봉하는 자들이 자꾸 목소리 높여서, 지금 선택접종으로 맞고 있는 것들이 더이상 필수접종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아니, 필수접종으로 지정된 것들 중 몇 가지가 다시 빠져나가기라도 한다면, 더 나아가 모든 접종이 선택이 되어서, 직접 돈을 내고 맞춰야만 하게 된다면, 니들은 니 알량한 멍청함을 충족하기 위해 그게 간절히 필요한 남의 집 아이들이 누려야 할 정당한 복지까지 빼앗는거다. 무접종을 하든, 그래서 만약에 집단면역이 깨졌을 때 네 집과 네 가정에 비극이 닥치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만 제발 다른 애들이 누려야 할 복지를 위해서라도 댁들의 그 멍청한 선택에 대해 입이라도 닥쳐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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