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발리에 이어 이다님의 여행책을 또다시 구입한 것은, 백일도 안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산후조리 하느라 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던 6월 중순 무렵.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원미산이나 부천 원미동 등 작가가 사는 동네부터 시작해서, 서울대공원, 포항, 통영, 안동, 공세리 성당, 도산공원, 삼청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길드로잉을 해 나가는 작가의 꾸준함이 돋보인 책.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육아휴직 중 한가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그것은 인천의 명소들을 휴직중 한주에 한 곳씩,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아기와 함께 가 보는 것.
대학때 방학을 통째 할애해서 어지간한 인천 시내버스는 다 타고 돌아다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저 길과 길을 훑으며 다녔던 거리들을, 이번에는 점과 점을 연결하듯 다녀보고 싶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더라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일상과 주변을, 내가 사는 도시를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 계획을 이룰 수 있다면 그건 순전히 이다님 덕분일 거다.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시니까, 언젠가 한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협업을 하고 싶기도 하다. 늘 동경해 왔고, 요즘처럼 집에만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