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이봄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을 세권정도 봤던 시점에서 구입했던 책. 선물하기 좋은 귀여운 핑크색 하드커버 장정의 수필집이다. 물론, 수필집이라는 것은 굉장히 취향을 타는 물건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수필집을 읽은 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 대한 흥미도 잃게 되었다. 수필이라고 하기에도 짧은, 분량만으로 치면 엽서 한장의 앞뒤에 들어갈만한 내용들이 짧게짧게 이어지는, 단상집이라고 말하는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책. (어떤 면에서는 페이스북에 감성사진과 함께 올릴만한 내용들)

마스다 미리의 수필은 수짱의 에피소드들과 분리되지 않는다. “특별하고 싶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남들이 사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수짱의 삽질(…..예를 들면 갑자기 고상한 취미를 갖고 싶다고 각 잡고 가부키 공부를 하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4컷만에 포기하는 것 같은)은 작가의 일상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그런 것이 진솔함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만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작가와 그 캐릭터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 위험성에 대해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여자아이이긴 싫지만 여전히 귀여운 여자이고 싶은” 작가의 욕망이랄까, 그런 것이. 아이 취급받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어른이 되어가진 않는 40대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읽으면서, 성장하고 싶지 않아서 몸부림치다 점점 기괴하게 변해가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갑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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