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이라는 건 자고로 이것저것 아퀴를 짓는 일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제게 기회가 올 줄은 몰랐고 와도 한참 더 지난 뒤의 일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면 제가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개인지를 내거나 e-book을 알아보거나. 그런데, 온우주에서 감사하게도 제안해주셔서(이 일에 대해 약간 파란만장한 과거사가 있는데 그건 작가의 말로 미뤄두죠)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내 책이 나왔습니다.
단편집 “홍등의 골목”. 원래 생각했던 가제는 “안나푸르나”였는데, 그 단편이 이 책에서 빠지면서 다음으로 생각했던 제목을 붙이게 되었어요.
원래는 감과 귤 같은 동글동글하고 빨간 과일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 했는데, 일단 이렇게 먼저.
“작전동 김여사의 우울”, “나는 매문가가 되고 싶었다”, “세콤 지구를 지켜라”….. 같은 발랄한 이야기 세 편과
중간 분위기 전환용 판타지 “처형”과……
제가 “이사나 연작”이라고 부르는 4편과, 그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수학자의 이야기 “레퍼런스”의, 외계인 슈슬리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요.
라이트노벨을 빼면 첫 소설인데다 라이트노벨까지 쳐도 소설로는 3년만에 나온 신작이라 무척 설렙니다.
좋아하고 아끼는 이야기들도 있고요.
그렇기는 해도, 교정지를 보는 내내 + 책 받은 지금, 거의 목을 매고 싶은 기분이지만요.
(사실 처음에 온우주 라인업 보고서; 내가 이 존잘님들의 목록에 끼어서 책을 써도 되는 건가 심하게 고민했습니다,)
초판을 구입하시면 함께 받으실 수 있는 “on우주”라고 적힌 건 부록인데, 이슈에서 단편들을, 온우주에서도 이미 부록만화 몇 편을 선보이신 바 있는 일월(ilwoel)님께서 제 소설, “처형”을 만화화해 주셨습니다.
이 “처형”도 좋아해요. 제국연대기 중 한 편으로, 황금새 시리즈의 약 700년 전 이야기입니다. 제국 황실에는 피 마를 날이 없는데 이 언니도 좀 센 언니. 이 언니와, 저 오빠와, 눈치라고는 없이 이 언니의 황군이 되었다가 소박맞고 5년동안 독수공방하는 저 왕자님…..의 삼각관계 이야기는 아니고, 그 비스무레한 것, 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었어요. 이 단편은 아직 쓰지 않은 그 이야기의 프리퀄쯤 됩니다. 다시 말해서 저 오빠의 아버지인 저 만화컷상의 미중년이 하마드리스 후작이라나 뭐라나. (음?!) 그렇다고 합니다. 황금새의 전설 봐주셨던 분들께 이스터에그 보는 듯한 즐거움이 되면 좋겠어요.
그건 그렇고 일월님 그림 진짜 쩔지 않나요. 꺄아. 전부터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었던 분이어서, 이번 만화 콘티를 보고 기다리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 책이 나올때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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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 “천만원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 증쇄했다고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