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나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마사코입니다 – 강용자, 김정희, 지식공작소

어릴때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학교에 놀러가서 구석에서 근현대 인물들을 메인으로 한 이 위인전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중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던 전기다 보니 애들 보는 위인전보다는 좀 두껍고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중 한 권은 인촌 김성수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한 권은 이방자 여사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인촌 김성수 전기라고 해도, 돌집을 지어 백년을 내다보는 마음으로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를 세운 위대한 교육사상가(….)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는 태평양 전쟁 때 조선의 학도들보고 학도병으로 가라고 글을 쓰고 일본군에 전투기를 바쳤죠.)

김성수에 대한 것과 달리, 이방자 여사 전기 쪽은 뭔가 과하게 자세하고 쓸데없을 정도로 세세해서(어린 시절 이야기라든가)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이후 읽은 이방자 여사 관련 책이 다 비슷비슷했다. 그 이유가 뭔가 했더니, 이방자 여사에 대한 거의 모든 텍스트가 1980년대 경향신문에 연재되었던 이방자 여사의 회고, “세월이여 왕조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보면 원전이 되는 “세월이여 왕조여”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 정리되어 나왔다. 저자인 강용자가 누구신가 했더니 소설가이자, 경향신문사에서 바로 그 “세월이여 왕조여”를 담당하셨던 기자인 모양이다.

지금 읽어보니 1984년, 6개월간의 연재분을 정리하고 역사적 사실과, 연재 이후 이방자 여사, 이구 황세손의 죽음에 대해 담담하게 덧붙인 책이었다. 어지간한 이방자 여사 관련 책들의 원전이 그 “세월이여 왕조여”다 보니, 잡다하게 많이 읽기보다는 이 책을 바탕으로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게 나을 듯. 그 시대 왕족 여성 중 뭐 행복했던 이가 얼마나 있겠느냐만, 이렇게 (기록과 정리는 기자가 하였지만) 본인의 회고를 바탕으로 남은 기록은 또 그만큼의 의미는 담는 법이라. 순정효황후 윤씨, 순원황귀비 엄씨, 복녕당 양씨, 덕혜옹주, 이방자 여사, 민갑완 여사, 줄리아 멀록 여사 등등에 대해 좀 더 찾아보고 싶기도 하다.

그게 그 시대를 공부해서 써 보겠다는 생각과는 또 좀 다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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