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 시리즈 중 한 권이자, 봉 마르셰 백화점을 비롯하여 파리에서 백화점이 처음 등장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1864~1869)을 배경으로 하는 군상극인 동시에 지금에 와서는 한국드라마에서 마르고 닳도록 골수까지 우려먹기를 반복하는 “로맨스”물의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간 소설. 현재 볼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들을 볼 수 있어서, 지금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보니 흥미진진하다. 총 14장.
1장.
두 동생을 데리고 보뒤 큰아버지 댁으로 상경한 드니즈는 큰아버지 댁 앞,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보고 감탄한다. 코르나유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백화점의 규모에, 백화점으로 인해 전통 엘뵈프를 경영하는 큰아버지를 비롯하여 소상인들이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리는 드니즈. 한편 사촌인 주느비에브와 그 약혼자로 장차 이 가게를 물려받을 콜롱방이 나온다.
“하지만 이젠 너하고도 상관있는 일이니 어디 한 번 네 생각을 말해보거라. 단순한 직물점에서 온갖 잡동사니를 다 판다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 예전에 다들 정작하기 장사를 할 때는 직물점에서는 오직 옷감만 취급했다. 다른 건 팔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저들의 머릿속은 온통 이웃을 짓밟고 먹어치우려는 생각만으로 꽉 차있어. 그래서 온 동네 사람들이 못마땅해하고 있는 거야. 저놈의 백화점 하나 때문에 우리같은 소상인들이 다 죽게 생긴 거란 말이지. 저 무레란 작자가 모두를 방하게 하고 있는 거라고…..”
2장.
드니즈는 백화점에 면접을 보러 온다. 옥타브 무레는 측근인 부르동클에게 백화점 확장에 대한 야심을 말한다. 매장의 매니저인 부트몽, 남몰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는 수석 계산원 롬므와 여성 기성복 매장의 수석 구매상 오렐리 부인,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자 품행이 나쁘기로 소문난 알베르, 남성복 매장의 부수석 구매상인 로비노와 그를 몰아내려는 판매원 위탱, 그리고 여성복 매장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백화점의 바쁜 오전 풍경과 함께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드니즈가 면접을 보러 들어가기 전 마주쳤던 앙리 들로슈와 다시 만나고 서로 통성명을 한다.
3장.
데포르주 부인을 중심으로 한 상류 사교계 여성들의 살롱. 아르트만 남작의 연인인 데포르주 부인은 무레가 자신을 통해 아르트만 남작에게 선을 대려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 부르들레 부인, 기발 부인,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마르티 부인, 드 보브 부부, 무레와는 학창시절 친구였던 드 발라뇨스 등이 차례로 등장하고, 무레는 아르트만 남작에게 투자를 권유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부인들이 “질렀다”는 표현을 쓴다. 지름신이라는 말이 나온게 몇년 되었더라 생각하며 시대 변화를 느꼈다. 음. 세계문학은 대체로 매우 보수적으로 번역하게 되는 책이지 않나 싶어서.
“물건을 팔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이 팔고 싶은 걸 파는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성공 비결이지요.”
그사이 무레는 여인네들이 있는 응접실 쪽을 흘끗거렸다. 그리고 때로 남자들 사이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사랑 고백이라도 하듯 아르트만 남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대규모로 이루어지는 현대적 상업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얘기했던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위쪽에, 여성이라는 존재를 깊이 파악하고 적극 활용하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중략) 그리하여 백화점은 앞다투어 경쟁적으로 여성의 마음을 빼앗고자 애썼다. 화려한 쇼윈도로 여성을 현혹시킨 다음, 사시사철 이어지는 바겐세일의 덫으로 그녀를 유혹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육체 속에 새로운 욕망을 주입시켰다. 그 모든 것은 여성이 필연적으로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거대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알뜰한 주부로서 구매를 시작했다가 점차 허영심이 발동하면서 마침내 유혹에 홀딱 넘어가고 마는 식이었다. (중략) 그는 여성을 위해 신전을 세우고 수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여성을 위해 향을 피우게 함으로써 새로운 숭배 의식을 만들어냈다. 또한 자나깨나 오직 여성만을 생각했으며 끊임없이 더 효과적이고 강렬한 유혹의 방식을 생각해내기에 바빴다. 그리하여 여성의 판단력을 흐려놓아 주머니를 모두 비워낸 다음에는 이내 뒤돌아서서, 바로 조금 전에 콧대 높은 정부와 마침내 잠자리를 같이하는 데 성공한 남자처럼 경멸적인 표정을 은밀히 지어 보였다.
“그러니까 여자들의 마음을 얻을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그는 대담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아주 조그만 소리로 덧붙였다.
“그럼 세상을 팔아치울 수도 있다니까요.” (중략)
“그러다가 언젠가는 여자들한테 크게 당할 수도 있네.”
4장.
10월 10일. 드니즈는 백화점에 첫 출근한다. 그러나 촌스러운 옷차림과 깡마른 체구 때문에 다른 판매원들의 비웃음을 산다. 남성복 매장 판매원들의 방탕한 삶과 여성복 매장 판매원들의 속물적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대화가 이어진다. 드니즈는 마르티 부인의 상대를 맡지만, 첫날이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비웃음거리가 되지만 란제리 매장의 판매원 폴린과 친구가 된다.
5장.
드니즈는 백화점에서 나막신, 빗자루 머리 같은 말을 들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그 와중에 동생 장이 나타나 돈을 요구하며 “애인이 있다”는 소문까지 따라붙게 되어 더욱 괴로움을 겪는다. 폴린은 물주가 될 누군가를 만나보라고 권하지만 드니즈는 거절한다. 드니즈를 제외한 여성복 매장 직원들이 다함께 피크닉을 간 사이, 폴린은 드니즈를 데리고 함께 놀러나간다. 드니즈는 잠시 호감을 가졌던 위탱이 방탕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 상처를 받고, 들로슈의 애정은 거절하지만 그가 자신과 동향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반가워한다. 무레는 드니즈에게 호감과 호기심을 느낀다.
6장.
비수기가 되자 백화점은 많은 직원들을 내보낸다. 드니즈는 도제로 일하는 장과 아직 어려 보살핌이 필요한 동생 페페를 부양해야 하지만, 그녀가 장에게 돈을 건네주거나 페페와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본 매장 직원들은 “별 볼일 없는 직공을 애인으로 두고 부근에 아이를 숨겨놓고 키우고 있다”며 수군거린다. 그 와중에 장은 또다시 돈을 요구하고, 드니즈는 돈을 구하기 위해 로비노를 통해 부업을 구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져 해고당한다.
“넌 내가 어디서 15프랑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절망감에 사로잡힌 드니즈가 소리쳤다.
“이제 제발 정신 차리고 살 수는 없니? 왜 너한테는 그렇게 별난 일들만 자꾸 일어나는 거냐고!”
그러자 장은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자꾸만 소설같은 얘기를 만들어내다 보니 그 자신도 더 이상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알지 못했다. 다만 돈이 절실히 필요함을 극적으로 과장할 뿐이었다.(중략)
“그런 걸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아. 그 따위 얘기는 너 혼자만 알고 있으란 말이야. 더러워서 들어 줄 수가 없으니까! 넌 날 매주 괴롭히고 있잖아. 내가 너한테 돈을 대주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기나 해? 그래, 밤에도 잠도 못 자고 일을 하면서 말이지. 게다가 넌 네 어린 동생이 먹을 빵까지 축내고 있다는 걸 알아야지.”
……그래, 저 시대 프랑스 소설에 나오는 “남동생”들이란 하나같이들. -_-+ 제대로 된 놈팽이가 없긴 없지. 여튼 드니즈가 무사히 이 시련을 벗어나려면 장이 고자가 되는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나는 대목이긴 했다.
7장.
드니즈는 백화점에서 쫓겨나 한달에 15프랑 하는 방을 얻고, 동생 페페도 데려와 직접 돌보게 된다. 그녀는 자신은 굶으면서도 페페와 가끔 찾아오는 장에게는 티 내지 않으려 애쓴다. 사촌의 약혼자인 콜롱방은 드니즈를 모함하던 점원들 중 하나인 클라라에게 반해 그녀와 다리를 놓아달라며 찾아온다. 부라 영감은 드니즈에게 일자리를 주지만, 백화점 때문에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드니즈는 로비노의 가게에 일자리를 얻고 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물량공세를 이길 수는 없다. 무레는 부라 영감의 가게가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들이고, 드니즈가 그곳에서 초라하게 살고 있는 것에 가슴아파한다.
8장
보뒤네 집에서 보뒤 가족과 드니즈 남매가 모두 모여 식사를 한다. 주느비에브는 자신의 앞날을 직감하고, 보뒤는 콜롱방이 한눈을 팔고 있음을 알지 못한 채 그를 칭찬한다. 백화점의 마지막 재고조사 때 총매출액은 4천만프랑. 소상인들의 몰락이 가속된다. 보뒤는 은퇴한 뒤 여생을 보낼 꿈을 꾸며 수리하고 세를 놓았던 시골 집을 팔아 그 돈으로 버텨보려 하지만, 앞날은 암담해 보인다.
9장
드니즈는 확장 공사를 마친 백화점에 복직하여 부수석 구매상이 된다. 무레는 세일 시작 직전,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매장을 돌아보아야 하도록 매장의 동선을 바꾸고, 양탄자 갤러리를 만들고, 아이들을 위한 독서실을 만든다. 백화점은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기록적인 매출을 올린다. 부르동클은 드니즈를 적으로 간주한다. 데포르주 부인은 부트롱에게서 무레가 점원 중 누군가와 만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화점에 왔다가, 지난번 일을 못한다고 해고되었던 드니즈가 돌아와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무레의 연인이라고 짐작하고 계속 다른 옷들을 꺼내 오게 하고 구입은 하지 않는 식으로 괴롭히며 배신의 증거를 잡아내기 위해 애쓰지만 친한 다른 부인들을 만나 일단 물러나게 된다. 드니즈는 무레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두근거린다.
“어여쁜 부인”이 상복을 입고 나타났다. 점원들이 관심을 기울인다.
무레의 궁극적이고도 유일한 야심은 여성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성이 자신이 이룩한 백화점의 왕국에서 여왕으로 군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여성을 위한 신전을 지어 바친 다음, 그곳에서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정중하고 세심한배려로 여성을 취하게 한 다음, 그녀의 욕구를 부추겨 달아오른 욕망을 충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10장
드니즈는 무레의 편지를 받고 고민하다가 폴린에게 털어놓는다. 드니즈는 발목을 삐었음에도 매장의 재고확인을 돕는다. 돌아온 그녀는 드니즈가 무레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오렐리 부인의 호의와 배려로 곧 적응할 수 있었고, 다시 다른 여점원들에게 온화한 품성과 적절한 권위로 존경을 얻어낸다. 폴린은 들로슈에게 드니즈가 무레의 편지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온 백화점에 소문을 내 버리고, 드니즈에게 호감이 있던 들로슈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과장되고 더러운 소문에 분개한다. 위탱은 사장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의 드니즈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말에 우쭐해한다. 다들 드니즈가 오늘 무레의 초대에 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수군거리는 가운데, 드니즈는 무레의 제안을 거절하고 동생들과 큰아버지 무슈 보뒤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돌아간다.
11장.
데포르주 부인은 부트몽과 짜고 드니즈와 무레를 대면시키기 위해 옷 수선을 핑계삼아 드니즈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하룻밤 상대인 클라라는 상관없으며, 무레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중요하다는 데포로주 부인은 드니즈를 대기실에 방치해두고, 무레가 보는 앞에서 옷이 맞지 않는다며 계속 고집을 부리고, 드니즈가 보는 앞에서 무레에게 자신의 침실에서 핀을 가져오게 하는 등 그녀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마침내 데포르주 부인은 하찮은 계집이라며 드니즈를 모욕하고, 무레는 데포르주 부인과 결별하고 드니즈를 감싼다. 무레는 부트몽을 해고하고, 부트몽은 데포르주 부인의 도움으로 투자를 얻어 카트로 세종 백화점을 설립할 계획을 세운다.
자! 이제 두 사람의 결투는 데포르주 부인의 패배로 끝났다. 그녀는 분명 무레가 기다리는 여인이 아니었다. 남작은 대기실을 가로지르면서 언뜻 보았던 젊은 여성의 수수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인내하며 홀로 기다리고 있단, 연약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을.
12장.
클라라는 드니즈를 언짢게 하기 위해 드니즈의 사촌 주느비에브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콜롱방을 유혹한다. 폴린은 드니즈가 무레를 거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위탱은 자신이 드니즈와 잤다고 떠벌이고, 백화점 점원들은 들로슈 역시 그녀와 관계가 있을 거라 수군거리며, 드니즈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부르동클은 위탱이나 들로슈가 드니즈와 단 둘이 있는 순간을 잡기 위해 애쓴다. 무레는 질투로 괴로워하지만, 드니즈가 변명 대신 위엄 깃든 침묵을 보이는 데 결국 굴복한다. 드니즈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무레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는 게 맞는거냐”고 묻고, 드니즈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절망한다. 하지만 드니즈의 판단력을 존중하게 된 무레는 드니즈를 수석 구매상으로 승진시키고, 드니즈는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대량 해고 대신 비수기에 휴가를 부여하고, 이 시기에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공제 조합을 만들거나, 직원들을 위한 교육과 무료 진료를 건의하며 백화점의 환경을 개선해 나간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 대한 온갖 소문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터였다. 드니즈 스스로도 찬사와 존중 뒤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험담과 비방이 난무하는 것을 주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중략)
“제가 떳떳하다는 것을 믿으신다면 전 이곳에 계속 남아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올바른 몸가짐을 지녔다는 것을 믿으실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사장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 세상에는 그런 여자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드니즈는 무심코 에두앵 부인의 초상화로 눈길을 돌렸다. 백화점이 아름답고 현명했던 부인의 피 위에서 번창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온 터였다. 무레도 전율을 느끼면서 그녀의 눈길을 따라갔다. 마치 죽은 부인의 말을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그녀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만 같았다. 그는 드니즈가, 자신이 잃어버렸던 여인이 지녔던 양식과 균형 잡힌 판단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말을 아끼는 것과 온화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까지 두 여자가 그대로 닮아 있었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은 그는 더욱더 슬퍼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난 당신 것이라는 걸 잘 알 거요.”
13장.
우울한 군상극. 약혼자 콜롱방이 떠나고 희망을 잃은 채 숨을 거두는 주느비에브. 임신한 아내를 두고 자살을 기도하는 무슈 로비노. 딸을 뒤따르듯 세상을 떠난 보뒤 부인. 장례 행렬의 뒤를 따르는 파산한, 혹은 파산 직전의 소상인들. 고집있게 소신을 지키던 부라 영감은, 결국 무레의 소송 대리인이 생각해 낸 교묘한 방법으로 파산을 맞고, 자신의 가게가 철거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무슈 보뒤는 백화점에서 일하라는 제안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백화점으로 말미암은, 사랑하는, 선량한 사람들의 고통. 그러나 드니즈는 무레가 만들어낸 “잔혹하고도 위대한 시스템”으로 인한 현실의 고통들을 직시하면서도 이 시스템의 위대함으로 인해 그를 더 사랑하게 된다.
보뒤는 아내의 그런 강박관념과 절망적으로 응시하는 시선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나머지 그곳에 커다란 커튼을 쳐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애원하는 몸짓으로 그를 막으면서, 마지막 숨이 꺼질 때 까지 그곳을 지켜보기를 고집했다. 이제 거대한 괴물은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 가 버렷다. 그녀의 집도, 딸도, 그리고 그녀의 삶의 불꽃 또한 ‘전통 엘뵈프’와 함께 조금씩 꺼져갔다. (중략) 포근한 날씨에 경쾌한 햇살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동안, 오래된 건물의 방은 어둠 속에서 추위에 떨고 있었다.
14장.
백화점의 대대적인 세일날, 사표를 낸 수석 구매자 드니즈와 드니즈를 놓칠 수 없는 무레의 갈등. 부르동클은 무레에게 “이러지 말고 차라리 그분과 결혼하라”며 등을 떠밀지만, 무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 드니즈의 말 때문에 괴롭고, 그녀가 그동안 자신이 백화점을 통해 흔들어 온 여자의 마음을 대신하여 자신에게 복수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대적 세일기간 동안 각종 절도사건이 벌어지고, 딸과 함께 사위가 올 때 까지 쇼핑을 하던 드 보브 부인도 충동적으로 레이스를 훔친다. 동생 장 부부와 함께 한달간 여행을 가기로 한 드니즈는 올케가 구입한 팔토를 교환하기 위해 장과 페페와 함께 백화점에 나타나자 함께 움직이다가 무레와 마주친다. 백화점의 사람들이 모두 무레와 드니즈의 일을 두고 돈을 걸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사이, 백화점은 드디어 하루 매출 100만 프랑을 달성한다. 무레는 떠나려는 드니즈에게 청혼하고, 드니즈는 마침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라고 고백한다.
온갖 흰 직물과 레이스, 비단들을 전시한 백색 대전시회, 와 상품을 구입한 부인들에게 주는 작은 꽃다발은 무레와 드니즈의 결혼을 암시하는 장치. 드라마 버전이 좋았다는데 드라마 버전을 보고 싶어지는 묘사들.
댓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 에밀 졸라, 시공사”에 대한 2개의 응답
BBC의 파라다이스 드라마는 보아하니 소설 전체의 내용을 거의 한 시즌에 담아낸 거 같네요. 사놓고 읽어야지 하고 말았는데, 역시 에밀 졸라 답게 묘사가 치밀한가봐요. (테레즈 라켕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던 아련한 기억이…) 이런 사가독서 정리 좋아요. 감사합니다!
정리 상태가 이렇다 보니 쓰는데 시간이 걸려서 읽어만 놓고 감상문 못 쓴게 30권에 육박합니다. 어쩌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