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도 읽으면서 좋아했던 책. 실제의 역사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명탐정이 씨줄 날줄을 엮듯이 촘촘하게 엮이는 것은 그 자체로도 매혹적이다. 그것도 프로이트와 셜록 홈즈라니. 정말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조금 동인스러운 소리를 하자면.
“당신이 코카인 7% 용액에 몰두하는 것은 다, 전부 다, 당신의 닥터 왓슨에 대한 억눌린 리비도 때문입니다.”
……뭐 그런 이야기라든가.
이 이야기는 “최후의 사건”과 “빈집의 모험”이, 셜록 홈즈의 어떤 비밀을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씌어진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물론, 그렇게 치면 공포의 계곡의 모리어티는 어떻게 할거냐고 묻고 싶긴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모리어티는 악당이 아니라 셜록 홈즈의 스토킹 피해자(…..)이며, 동시에 홈즈에게는 옛 가정교사이자 어머니의 불륜 상대였다. 어머니의 불륜으로 아버지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다. 이것이 셜록과 마이크로프트의 성격이 비뚤어지게 된 원인이자, 셜록 홈즈가 코카인 중독자가 된 원인이 된다는 것이 사건 전체에 걸쳐 차분히 나오면 좋은데, 정작 그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프로이트가 최면술을 거는 것으로 간단히 풀려버리고 본편의 이야기는 추리와 모험담이라는게 에러. 적당한 선까지 순조롭게 추리가 가능하며, 셜록 홈즈 원전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언페어하고, 적당히 모험소설같다.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패스티시적인” 부분은, 다른 셜록 홈즈 시리즈의 장편들과 나란히 섞어놓아도 혼자 튀지 않을 정도로 추리와 모험과 언페어한 부분들이 적당히 섞여있는 점인듯. 사실은 모리어티에 대한 부분을 빼고, 그냥 셜록 홈즈의 코카인 중독과 그 치료를 위해 프로이트를 만나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만 들어갔어도 충분히 좋았겠다 싶다. 생각할수록 모리어티 부분은, 사족같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