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부터 오바마까지 약 30년동안 백악관에서 일한 플로리스트의 책, 이라고 하면 나름대로 기대하게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의 비사라든가, “격동 30″년, 아니 이젠 “격동 ’50’년”이라던가. 아니면 “남산의 부장들”이라든가, 하다못해 영화 “효자동 이발사”나 만화 “대사각하의 요리사”라든가 그런 것들.
물론 플로리스트는 드라마 “웨스트윙”에 나오는 그런 스태프들과는 또 일의 영역이 다를 것이고, 대통령보다는 퍼스트레이디들과 더 밀접할 것이며, 아무리 생각해도 “남산의 부장들”과는 좀 거리가 멀겠지만 그래도 “대사각하의 요리사” 같은 내용은 좀 나오겠거니 막연히 생각했다.
물론 그런 건 격동의 근현대사를 자랑하는 한국인의 생각일 뿐이다. (……)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겠지. 어느 퍼스트레이디는 어떤 옷을 즐겨 입고, 어떤 꽃을 좋아하고, 누가 어떤 식기를 장만하고, 누구는 식기를 장만했는데 은퇴 직전에야 물건을 받아볼 수 있었다거나. 하지만 대부분은 글쎄, 흥밋거리를 넘어서지 못한다. 하긴, 애초에 각 퍼스트레이디 별로 그녀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편지 것을 보내온 것을 챕터 앞부분에 첨부해놓은 책인데. 누가 이걸로 잔잔한 느낌으로, 30년동안 백악관에서 일한 여성을 중심으로 패션이나 음악의 변천사를 보여줄 수 있는, 일하는 여성 자체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나 영화를 만든다면 흥미로울 것 같지만, 이 책 자체로는 그렇게 흥미롭진 않았다. 자료로 쓰고 싶어도 퍼스트레이디들의 식기와 의상과 파티 취향 대한 이야기만 잔뜩 나올 뿐, 하다못해 르윈스키 스캔들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다. “남아 있는 나날”에서 달링턴 홀의 집사가 달링턴 홀의 역사를 떠올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지만, 당연하게도 “남아 있는 나날”에 비교할 바는 되지 못한다. 비주얼적 자료 참조? 그러기엔 사진 자료가 부족하다. 굉장히 애매했다. 그냥, 자신의 굉장한 고객들에 대한 회고로 봐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