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디텍티브 예고

레이디 디텍티브, 마감 끝

11월 1일 밤, 저는 레이디 디텍티브 마지막 화의 콘티에 열심히 식자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콘티에 식자라니 무슨 짓이야, 싶긴 하지만, 사실은 글씨가 워낙 악필이라서. (먼산)

……오케이가 떨어진 콘티에 식자를 붙이면서, 아,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고 실감했어요.
월하의 동사무소는 뒷이야기를 더 써 놓은 상태로 5권 완결 통보를 받아서 뭔가 제대로 끝맺음을 한 느낌은 없었어요. 있는 이야기들 중에 마지막화로 어울리는 것을 골라서 시간대를 조절한 정도.
하이바맨은 강판이었으니 패스.
만화로 처음 완결을 냈던 것은 “비원의 탑”이었지만 이런저런 어른의 사정상(그렇죠, 지원금을 받는 만화란 그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막판에 미친듯이 일정을 달려서, 정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배우자 얼굴 한 번 볼 틈 없이 콘티만 짜고짜고짜고 또 짜서 끝내서, 뭔가 여운을 느끼고 자시고도 없었어요. 끝나자마자 다른 지원금을 노리자고 원작 써오라고 하시지, 레디 마감도 있지, 정신줄이 간당간당 했으니까요. 책이 나오고 나서도 끝났다는 느낌이 안 들었을 정도니까요 뭐.

그래서 이번이 네번째이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첫 완결.

물론 마지막화에 원래 넣고 싶었던 잉국잉국하고 덕덕한 내용들을, 지면 관계상 좀 뺄 수 밖에 없었어요. 어떻게든 싹싹 빌어서 후기에 밀어넣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찌 될지 모르겠고.
안되면 소설로 써서 지인들 사이에 간단히 통판하고 터는 방법도 있고.
그래도 마지막화 자체는 잘 나왔어요. 넣고싶던 덕덕한 내용 내신에, 그야말로 납득할 수 있는 내용들을 넣었으니까. 아. 한 화 정도만 더 있었으면 정말 덕덕한 한 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ㅇㅇ 그러고도 남을 덕후이지만.

그리고.

이렇게 뿌듯한 완결의 여운을 즐기기 위해 모처럼 세 배 홍차(제가 작업할 때 카페인과 수분 공급용으로 마시는 물질입니다) 가 아닌 정상적인 홍차를 제대로 우려놓고.
존잘 이기하 선생에게 전화를 합니다. ㅋ

“……축하해줘요, 나 한시적 실업상태에 빠졌어요.”
“우왕. 그러나 2월까지 원고료가 나오잖아요.”
“오!”
“지금 일해놓고 몇달을 더 받는 거예요?”
“오, 그렇네요. 과연, 이래야 내 동업자죠.”
“너무해, 난 아직 원고가 잔뜩 남았는데 ㅠㅠㅠ”
“그러게요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고 전화를 끊고.
런던 AtoZ를 당분간 안 볼 책으로 분류해서 밀어놓고.
저녁에 빈둥거리며 배우자와 즐겁게 지내면 좋겠는데 배우자는 구글 행사에 뭔가 들고 나갈 거라고 뚝딱거리고 있고 저는 여전히 기획서 쓰고 누나팬 닷컴 마감도 해야 하고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쓰고싶은 이야기는 잔뜩 있으니까, 그 중에 독자와 편집부도 함께 좋아할만한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기획서로 만들어 봐야죠.
……그렇지 않은 것은 단편소설로 쓰고 있으니까.

아직 후기도 해야 하고….. 할 일들이 없지 않지만 일단은 마감이네요. 스스로 경축. 러쉬의 플로팅아일랜드를 욕조에 띄워놓고 초콜릿과 홍차와 책 한권을 벗삼아 사흘정도 늘어지고 싶지만 직딩이라 그건 힘들것 같고, 지금 사는 집에는 욕조도 없긴 하고. 며칠 있다가 결혼기념일이니까 세이님과 군산에나 다녀올까 해요. ㅇㅇ 감사합니다. 특히 저같은 변태 상덕후를 잘못 낚아 “야 이 덕후야 작작좀 하지 못해!!!!”를 2년 내내 입에 달고 계셨던 우리 담당님께. 뭐 제 안에 추리소설 거리가 굴러다니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CSI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혜진씨 같으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걸 꺼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넙죽) 정말로요. 정말로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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