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읽었던 “쌀”만큼 닿진 않았다. 사실 이런 것은,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실화가 있으니까. 특히 마지막에 귀뚜라미 통과 새장 이야기 부분에서 더욱 그 실화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만.
읽는 내내 떠올렸던 것은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 어렸을때 우리집에 있던 책을 미처 다 읽기 전에 가져가서 결국 안 돌려준 -_-+ 사촌오빠 생각도 잠시. 그리고 신문 하단의 영화광고만 보면서 아, 무슨 내용일까 생각하다가 마침내 주말의 명화로 처음 봤던 “마지막 황제”와, 커서 DVD로 다시 보면서 어릴때는 내 나이도 어린데다 TV 방영용으로 이리저리 잘라낸 탓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그 영화의 면면을 다시 들여다본 순간들. 역시, 다시 한 번 봐야겠다. 그 영화를.
이야기는, 마지막 황제의 좀 더 춘추전국시대적인 버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작가에게 모독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내겐 그랬다. 그렇다고 그것이, 이 소설이 재미가 없었다거나 뭐 그랬다는 뜻은 아니다. 재미있었지만, 어째서일까. 홍분이나 쌀처럼 탁 하고 와닿는 것이 없는 소설. 그건 어쩌면, 지금의 중국 정치상황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내겐 그랬다. 그저 마지막 황제 딥디를 찾아 내 책무더기를 뒤엎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