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 레슬리 베네츠 저, 고현숙 역. 웅진윙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하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남자에게는 묻지 않는다. 여자에게는 묻는다. 묻지 않아도 여자 스스로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에게 좀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아이가 엄마 손을 필요로 하는 시기는 고작 10년, 그중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는 아주 어릴 때인데, 자식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일을 포기한 여자는 결국 아이가 더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떻게 되겠는가 하고. 빈둥지 증후군은 겪는 사람에게도 끔찍하겠지만, 그 애정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에서도 돌아버릴만한 일이긴 하다. 내가 당신에게 그런 희생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로 몰아대는 것이 애정을 받는 사람 입장인들 속 편할 리 없지. 그래서 이 책은, 아이와 엄마 모두를 위해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을 말한다. 물론,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 내가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으니까 그런 속편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행히도 우리 팀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같은 직장 안에서, 일과 가정을 둘 다 챙기는 여자 상사들의 모습을 본다. 그나마 칼출칼퇴 되고 원하면 휴직도 쓸 수 있는 직장인데도, 치열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 상사와, 맞벌이를 하고 있는만큼 아이들을 돌보는 데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받아 다 하고 있는 그 남편인 남자 상사를 보면서 나는 이 책의 이야기가 불가능은 아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이때문에, 남편때문에 다 희생하고 있는데 너희가 내게 해준게 뭐가 있느냐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자들을 보면, 결국 저 말을 하려고 지금까지 자기 인생 버리고 희생했나 싶어서 안타깝다. 분명히, 내가 본 상사 부부의 일이 100%가 아니고, 사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더 많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힘든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드물어도 이미 현실에 본보기가 있는 이상 나는 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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