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설에, 우리는 찾아갈 가족이 없었다. 세이와 나는 대신 까치설날에 집에서 출발해서 설날에 집에 돌아오는 1박 2일 여행코스를 알아보고 태안반도 쪽으로 길을 떠났다. 멀쩡히 책을 몇권 챙겨가면서도 책욕심은 어디 가도 버리지 못해서, 가던 길에 들른 오산휴게소에서.
굳이 이 책을 샀다.
최인호 님 소설이라고 하면 “상도”나 “유림”도 있지만, 내가 처음 접했던 최인호 님 소설은 “샘터”에 실렸던 연작소설 “가족”이었다. 샘터를 읽는데 재미있어서, 동네 책대여소에 가서 견습부부, 신혼일기 같은 책들을 200원을 내고 빌려다 보기도 했다. (아, 그때 샘터를 읽다가 같이 빌려읽게 된 것이 “종이학”이었다. 어린 마음에 젊은 의사의 암 투병이라는게 얼마나 슬프던지.)
이 책은, 수기 반 소설 반이었던 그 샘터의 연작 “가족”과도 맞닿아 있다. 어린시절의 추억담, 문학의 위기, 하지만 그보다도 더 이 책 가득 묻어있는 것은 아내에 대한 감정들이다. 평생을 같이 살아온 아내에 대한 정과 사랑. 곁에 앉아서 까박까박 졸고 있는, 이제 나와 같이 살아가기로 한 사람을 흘낏 쳐다보며, 펜은 들고오지 않았지만 눈으로 책장에 밑줄을 긋는다.
아내를 부둥켜안고 노래를 부르며 나는 생각하였다. 하느님, 제가 안고 있는 이 여인은 노래의 가사처럼 머나먼 밤하늘의 저 별입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처럼 지친 별 하나가 내 가슴에 와서 유성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꽃반지를 끼고 모래성도 쌓았습니다. 그것이 벌써 35년이 되었습니다. 정녕 언젠가는 둘 중의 하나가 먼저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이 온다 하더라도 서로를 잊지 않는 별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