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사회

하류사회 – 미우라 아츠시, 이화성, 씨앗을뿌리는사람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덮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계층사회의 불만을 덮기 위해서 정부는 계속 적을 만들어낸다. 언론을 이용해서. 어디에건 다른 “적” 내지는 “분통을 터뜨릴 거리”가 있어야 하니, 이미 “우리”는 없어진지 오래이고, 공무원은 공무원이라 싫고 전문직은 전문직이라 싫고 나랑 안 만나주는 여자는 보편적인 미움의 대상이며 초딩은 초딩이라 싫다는 식으로, 편만 잔뜩 늘어나 결국 어디에도 내 편은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의욕도 없고, 노력도 열정도 아무것도 없는, 가진 것은 키보드뿐이냐 싶은 키보드 워리어도 늘어났고. 하여간.

일본이 겪은 나쁜 일들은 대개 10년 주기로 우리 나라에 뒤따라 닥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금 일본의 사회 계층 양극화. 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비추어 볼때,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저 책 뒤표지에 적힌, 하류계층의 행동방식이고 이중 반 이상이 해당되면 당신도 하류다. 라는 말은 웃기지만, 어쨌건 열정이 결여되는 사회는 두렵다. 열정이 결여된 인간은, 결국 추락밖에는 남지 않으니까. 철부지 20대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나는 대학때, 그리고 졸업한 뒤에도, 부모님께 얹혀 지내며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지금처럼 풍요롭지 못할 것이고 지금같은 소비를 할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감히 생각하지 않는 친구들도 질리도록 보았다. 지금의 백수들이, 공시생들이, 기타등등…… 놀고먹는 청춘들이. 앞으로 10년 뒤에는? 그 부모님들이 은퇴한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지. 일본의 예까지 가지 않더라도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 노릇이라 더 한심할 따름이다.

그다지 마음에는 들지 않는 하류의식 체크….. 사실은 책보다 이게 더 장안의 화제……

1. 연간수입이 연령의 100배 이하다.(단위 만원)
2. 그날그날 편히 살고 싶다.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4.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5. 단정치 못하고, 모든 일이 귀찮으며, 외출하기 싫다.
6. 혼자 있는 것이 좋다.
7. 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다.
8. 옷 입는 패션은 내 방식대로 한다.
9. 먹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10. 과자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11. 온종일 집에서 비디오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12. 미혼이다(남자 33세, 여자 30세 이상의 경우).

여기, 하류의식 체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3.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다. 와 4.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다. 다.

이 3번과 4번이 결합되면 아마도 하류로 가던가, 대박이 나던가. 완전히 모 아니면 도. 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 열정이 있어야 대박에 가능성이라도 걸어볼 수 있다. 5번의 단정치 못하고 모든 것이 귀찮다. 까지 걸리면 아마도 거의 확정이겠지. 어째서 4번,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고싶다가 문제인고 하니.

하고싶은 일을 위해 참고, 협상하고, 때를 기다리고, 하기싫은 일도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정말로 “갈망한다”는 것이니까. 그런 인내조차 없다면, 결국 무엇을 하랴. 다. 물론 내 눈에는 그 한 가지밖에 안 보여. 일 만큼 열정을 품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하고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사실 20대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그 일에 열정을 품었다 해도, 세상에는 귀찮은 온갖 벽이 있으며, 그것들은 누가 손 빌려주어 대신 치워주는 것이 아니니까. 결국은 자기 손으로 그런 귀찮은 것들을 치울 자신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나는, 어째 책의 내용보다 그 도발적인 뒷표지로 더 떠버린 이 책을 어느정도 이해한다. 물론 표본집단이 부족한 통계이며, 논리의 비약도 눈에 보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편견이 들어가 있는 책일수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그 원인과 상관없이 이 책에서 말하는, 양극화된 일본과, 하류계층으로 전락한 청년들의 현실 그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슬슬 일어나는 풍경이니까 말이다.

어쨌건, 제멋대로 내리는 결론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은, 그 일로 대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그 일로 비롯되는 온갖 싫고 귀찮은 일들을, 그 일을 위해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걸 못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겠지.
열정이 없이는. 이 책에서 건질 것은 아마도 그것일 거다. 어떤 생활 패턴과 소비습관을 갖추면 하류이다, 이런게 아니라.

의욕없이, 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들며 안이하게 사는 게 하류 인생이다, 라는 말인데. 기본적인 취지는 어느정도 동감하면서도 글쎄, 일본이 너무 경직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하고. 적용하기에 맞는 건지, 아니면 너무 이른 건지 아직 모르겠다. 10년 지나봐야 알 수 있을까.

ps) 드래곤 사쿠라(한국판은 “꼴찌 동경대 가다” 임)를 읽어보고 싶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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