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반대하는 결혼, 이라는 점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유쾌발랄한 희극이다. 그저 희곡을 읽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시끌벅적한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이 책 역시, 이솝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결혼을 앞둔 상태로 읽었기 때문에 더 각별했으리라. 사실 순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먼저 감상을 적었던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 책을 읽기 한주쯤 전에 빌려 읽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혼 앞두고 읽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아테네의 법에서 부모는 딸의 배우자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아테네의 영주 테세우스는 허미아에게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드미트리우스와 결혼하라고 하지만, 허미아는 사랑하는 라이샌더와 함께 오베론의 숲으로 도망친다. 이 오베론의 숲은 요정왕 오베론이 지배하는 땅. 이곳으로 도망쳐 몸을 숨긴 허미아와 라이샌더, 그리고 허미아를 찾아 온 약혼자 드미트리우스와 바로 그 드미트리우스를 좇아 온 헬레나가 이 오베론의 숲에서 깜빡 잠이 들며 이들의 사랑은 꼬이기 시작한다. 여왕 티타니아를 골려 주려 하던 오베론은 이 사각관계의 남녀를 보고 드미트리우스가 헬레나에게 반할 수 있도록 요정 퍽에게 사랑의 묘약을 눈꺼풀에 바르고 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한편 오베론과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요정여왕 티타니아는 오베론의 장난으로 당나귀 머리를 뒤집어 쓴 광대 바텀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퍽의 실수로, 라이샌더와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아가 아니라 헬레나를 보고 반하게 되고, 갑자기 두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된 헬레나는 이 둘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자신을 숭배하던 두 남자의 배신을 보게 된 허미아는 기가 막힌다. 이 네 남녀가 한 여름밤 내내 오베론의 숲을 헤매고 다닌다.
아침이 오고, 오베론은 드미트리우스만 빼고 나머지는 원래대로 돌려놓으라 하고, 티타니아는 물론 정신을 차렸으며 네 남녀도 잠에서 깨어난다. 숲을 지나던 시세우스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타는 이들을 깨우고, 라이샌더는 허미아를, 그리고 드미트리우스는 헬레나를 사랑한다고 하자 자신들까지 세 쌍의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원래대로 돌아간 바텀은 극단에서, 엉터리로 그리스 비극 피라무스와 티스비를 공연한다.이 작품으로 말하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안이라고 해도 좋은 이야기이므로, 결국은 이 두 작품의 연결고리라고도 할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젊은 연인들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이 결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요정왕이나 아마존의 여왕 등의 축복을 받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두 쌍의 커플을 보여주는 결말은 참 떠들썩하고 즐겁다. 정작, 내 결혼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지만.
실제로 내 결혼에는, 친구들이 많이 와 주었다. 자칫 쓸쓸할 수도 있었지만, 떠들썩하고 즐거운 결혼이 되었다. 한 여름밤의 꿈 속 연인들처럼, 조금은 유쾌하고 즐거운 결혼. 내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더욱 가슴에 와닿았던 셰익스피어였다.
참고로 나는 한 여름밤의 꿈을 읽거나 할 때, lovers’ concerto의 원곡인 바흐의 미뉴엣이 어울리던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그걸 들었더래서 그런지 이젠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사실은 예전에 “셰익스피어 희극”이라는 책으로 한번 읽었던 작품. 십오야라든가,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