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는 소위 언어영역 대비용 단편문학선…… 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시험에 필요한 것만 쏙쏙 모아놓았으니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볼 기회같은 것은 아예 주지도 않고, 그런데다 단편문학선이라고 나오는 것들이 거의 다 수능대비라든가 논술대비라는 부제를 달고 나오다 보니 실려있는 목록 또한 뻔했다. 나는 손바닥만한 범우 사루비아 문고나 삼중당문고 같은 것으로 해당 작가들의 단편집을 하나하나 사모으며 읽기도 했다. 참, 지금 생각해 보면 중학생이 돈도 많지 싶기도 하고. (용돈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때 떡볶이 안 먹고 책 사보던 게 지금 내게 얼마만큼의 양분이 되어 있는가 싶기도 하고. 그때 그 책들 대체 다 어디갔나!!! 싶기도 하고. (아, 그래. 동생이 학급문고로 가져가고 한동안 묶어서 광에 두고 안 봤더니 아버지도 한뭉치 들어다가 학교 도서관에 기증하셨다. 안다, 알고 하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에서 당당히 두 권을 차지하고 앉은 한국 단편문학선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일단 1권의 목록이 다음과 같다.
- 김동인 – 감자/발가락이 닮았다
- 현진건 – 빈처/운수 좋은 날
- 이광수 – 무명
- 나도향 – 물레방아
- 최서해 – 홍염
- 김유정 – 동백꽃/만무방
- 채만식 – 맹 순사/치숙
- 이상 – 날개
- 이효석 – 산/모밀꽃 필 무렵
- 이태준 – 밤길/토끼 이야기
- 정비석 – 성황당
- 염상섭 – 임종/두 파산
읽을 만큼 읽고 다녔는데도 미처 못 읽은 채만식의 맹 순사가 실려 있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뻔한, 역대 수능에 나왔던 단편 위주로만 구성한 베개만하거나 혹은 대여섯권으로 분책된 단편문학선과는 조금 달리, 작가의 작품 중 제일 읽을 맛이 나는, 혹은 의미가 있는 단편들을 골라놓은 듯 하다. 이미 내 집에는 작가들 단편집들 몇권과 그….. 단편문학선도 있으니 새로 민음사의 책을 구입하겠다 까지는 아니지만, 단편문학 제대로 안 읽고 – 그정도면 어지간히 언어영역 공부 안 했다는 뜻이지만 – 고등학교 졸업한 친구들이 그당시 우리 문학의 맛을 느끼는 데는 적절한 구성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