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길동전과 마찬가지로, 열녀춘향수절가(완판본)과 경판본 춘향전이 함께 들어있으며, 열녀춘향수절가의 영인본이 뒤쪽에 삽입되어 있다.이런 형태의 기획에서, 이런 식으로 영인본을 함께 넣어주는 것은 참 괜찮은 시도다. 마음에 든다. 그러고 보니 홍길동전이 200이었고 춘향전이 100이었구나. 나름 의미가 있는 시도를 하려고 번호를 맞추었나 싶기도 하고.
어린이용 말고, 완판본 춘향전의 번역본은 대학 와서 읽었고 경판본은 고등학교 1학년 입학 전에 원문으로 받아서 해석하며 읽었다. 내가 나왔던 고등학교에서, 무려 중 3 방학때 애들을 다 학교로 집합시켜서 과외공부를 시켰던 터라. 그때 받았던 국어교재중에 경판본 춘향전도 있었다. 참, 다닐때야 끔찍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학교로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공부시키긴 했다는 생각이 드니. 그때의 학생들은 질색이지만, 그때의 선생님들께는 다시 한 번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홍길동전 쪽과 달리, 춘향전의 단어들은 탱글탱글하게 튀어오르며 입 안에서 터지는 맛이 있다. 글말이 아니라 입말이다. 그 입말을 잘 살려 번역해주신 분들의 노고 또한 보통이 아니었으리라고 짐작이 간다. 애초에 글로 적힌 것이 아닌 입말로 전해지던 이야기와 판소리가, 그 시대의 말, 물론 질펀한 비속어도 포함해서, 그 시대의 생동감있는 언어들을 전해준다. 춘향전의 내용이야, 한국 사람 치고 그 내용 모르는 이 없으니 굳이 적지 않겠지만, 열녀 춘향이가 수절을 한 게 문제가 아니라, 대단한 양반가의 이도령이 월매의 딸 춘향이와 맺어졌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이 작품 자체가, 수절 운운이 문제가 아니라 그 신분적인 면에서 이미 그 당시로는, 문제작이다. 애초에 춘향이가 이도령을 유혹하고 붙잡는 면이 없지 않으니, 그만하면 그 시대 여자로서는 적극적이렸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아마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이도령이 자기가 어사 아니라고 거지꼴로 내려온 그 시점에서 손절매를 하는게 나았다는 독후감을 쓴 적도 있긴 있었다. 이후 이도령이 암행어사 출도를 외치는 장면의 통쾌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거니와.
솔직히 그 시점에서 다시 권한다면 손절매가 맞지 뭐. -_-+ 이건 뭐 막판에 로또복권급 반전 맞은 이야기고. 이도령은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자기를 사랑한 여자를 절망하게 만든, 한심한 놈팽이라는 거다. 아마도 피천득 선생님 수필에도 그런 말씀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이도령은 멋없는 사나이였다.”라고.